이한빛 간사
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국

올해로 한국YWCA가 10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YWCA의 100년은 한국여성시민운동의 100년이자, 동시에 한국기독여성운동의 100년을 의미한다. 

한국YWCA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에서 시작되었다. 당대 젊은 여성들은 일제의 식민 지배와 조선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던 가부장 문화가 조선 여성들의 삶을 더 고단하게 하는 것을 보았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동등하게 지으심을 받는 여성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한국YWCA의 전신)를 설립했다. 조선, 그리고 해방 이후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평등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조혼 및 공창제도 폐지 운동, 가족법 개정운동 등을 전개했고, 100년 동안 여성인권운동 뿐 아니라, 평화통일운동, 탈핵·기후·생명운동, 청(소)년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이 땅 위에 세워나가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여성운동이 100년을 이어오는 동안 한국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과 남성의 직업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고,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했으며, 여성에 대한 교육도 확대되었다. 그러나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가부장제의 관습은 여성들이 온전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게 했다. 임신, 출산, 육아, 가사 등 한국 사회에서 주어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여성들로 하여금 임금 노동을 수행하기 어렵게 하였고, 이 결과로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가 발생했다. 현재 대졸 기준 여성은 남성의 약 70%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도 볼 수 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성격차지수(GGI)에 따르면 한국은 153개국 중 108위에 위치해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정 보육, 비대면 수업 등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의 휴직·퇴직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진출은 더 약화되었다.

이처럼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한국 여성들의 삶을 온전하게 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시민운동이 100년을 맞이한 이때,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성별 갈등을 직면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 본질을 가리고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야기했다. 이렇게 뿌리내린 갈등의 씨앗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금에도 여전히 잔존해 있으며, 계속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윤석열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었다. 문제는 이 공약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공약이 갖는 의미는 사실상 여성들과 남성들의 편을 갈라 한 쪽을 택하라는 방식의 맹목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었다.

한국YWCA는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소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정 아래 선거 전후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는 여가부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단순히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 정책’, ‘권익증진 정책’,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등 다양한 정책 수행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정책들이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관점에서 수행될 때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거 전에는 각 정당에 정책을 제안하고 반영을 촉구했으며, 이후에는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포함해 두 차례의 인수위원회 면담을 진행하고 요구안을 제출했다. 현재는 이후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대의 정의, 생명, 평화를 위해 다시 한 번 결단하는 한국여성운동의 새로운 역사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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