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루넨 교수 … “교회, 국가와 화평한 관계 유지하고 코로나19 제한적 방침 따라야”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는 뜻하지 않은 예배 제한 조치를 당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내적으로는 예배와 성찬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과 강경한 입장으로 의견이 나뉘어 보수적 교회 안에서도 분열조짐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보수적 교회들은 포괄적차별금지법이나 사학법 개정안을 예로 들며 국가가 공권력을 지나치게 사용해서 교회를 억압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국가에 대해 교회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성경적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교회는 어떻게 해야할까?

2020년 8월 교계지도자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코로나19 방역 협조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최근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공권력에 대한 수용 정도를 숙고했다.
2020년 8월 교계지도자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코로나19 방역 협조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최근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공권력에 대한 수용 정도를 숙고했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원장:서창원 교수)은 지난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주제로 제36회 정기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데이비드 반드루넨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주강사로 나서서 어거스틴의 두 도성과 개혁신학의 두 왕국 개념설명으로부터 시작해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 성경적으로 고찰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반드루넨 교수는 “교회는 가급적 국가와 화평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코로나19의 경우도 일시적인 제한 요청일 경우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좋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드루넨 교수는 첫 번째 강의에서 두 왕국의 개념에 대해 역사적 관점에서 소개했다. 어거스틴은 세상에는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성이 뒤섞여 있고, 하나님 도성의 사람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세상 도성의 사람들은 자신과 피조물을 사랑한다고 양자를 구별했다. 그러나 개혁주의신학은 한층 발전된 두 왕국 개념을 정립했는데 어거스틴의 두 도성 개념이 양자를 분리적으로 보고 있는데 반해서 국가와 교회라는 두 왕국 모두 하나님이 세우시고 통치를 이루는 도구로 쓰고 계신다고 규정했다. 국가를 통해서는 하나님의 이 세상에서의 일반적 통치가 이뤄지고, 교회를 통해서는 구원의 은혜가 성취된다고 보았다. 또 그리스도인들은 두 왕국에 모두 속해 살고 있기에 양쪽 왕국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성경이 두 왕국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집중했다. 반드루넨 교수는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릴 때 사람들과 언약을 맺으셨다면서 그 언약은 일반은총의 언약과 은혜언약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언약은 세상 모든 피조물과 맺으신 것으로 노아언약이 체결될 때 그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렸다. 이 언약이 약속한 바는 ‘보호’였다. 하나님은 언약을 맺으시면서 그리스도인이나 비 그리스도인을 막론하고 온 인류에게 정의를 행하고, 이 세상에 정의를 시행하기 위해 정치적 법적 구조를 세울 것을 명령하셨다. 이것이 국가 성립의 성경적 토대라는 것이다.

세 번째 강의에서 반드루넨 교수는 교회는 △말씀 △성례 △구제 △권징 △기도 등의 사명을 맡았다고 가르쳤다. 이는 교회가 맡은 고유한 권한이며 책임이며 거룩한 일이며 곧 천국 열쇠를 주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고유 권한에 대해 국가와 다른 기관은 침범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반드루넨 교수는 기본적으로 교회가 국가의 일에 대해 언급하거나 국가가 교회에 맡긴 사명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반드루넨 교수는 “이렇게 보면 교회의 사명은 좁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것이 천국 열쇠를 감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강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일에 참여하거나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회는 △하나님과의 교제의 중심성 △안식 △예배를 통해 경건성과 구별됨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네 번째 강의에서는 국가의 고유한 특징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님이 국가에 주신 권력은 악을 행하는 자를 벌하고 선을 행하는 자들을 칭찬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 백성들이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악을 행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마지막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정부를 위해 기도하고 정부와 평화의 관계를 유지할 것을 권유했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교회의 고유한 사명을 소홀히 여김이 없이 잘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배 제한 조치를 하는 바에 대해, 기본적으로 예배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교회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관할권을 행사한다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런 문제로 교회 내에서 의견이 갈라져 싸우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예배 중 특정행위(예배 때 마스크 착용, 예배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특정활동(찬양 제한, 성찬 금지), 예배 전면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요구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반드루넨 교회는 “그러나 정부가 어떤 다른 선택사항도 허락하지 않고 예배하지 말라고 명령한다면 이는 시민불복종을 해야할 경우”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반드루넨 교수 외에 서창원 교수(총신대신대원), 이상규 교수(백석대), 문병호 교수(총신대신대원)가 특강, 박태현 교수(총신대신대원)가 설교를 담당했다. 향후 정보화 사회가 더욱 약진하므로 국가가 교회를 비롯한 사회 모든 기관과 사람들의 행위를 강하게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교회는 연합활동을 통해 대정부 대응을 해 나가는 동시에 국가관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거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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