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지구지킴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하루에 20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직장인이라면 그중 절반 가까이를 일하는 공간에서 머문다. 그만큼 일하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윈스턴 처칠은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그만큼 공간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결정짓고,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게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일하는 사무공간은 일상 업무는 물론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지구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든 몰랐든 상관없이 말이다.

애당초 건축물이 실내공간 구성에서부터 친환경적으로 조성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녹색사무실 만들기’이다. 교회가 지구는 물론, 교우들의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할 마음을 먹었다면, 교회 사무실에서부터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지 싶다.

교회 사무실과 회의실, 목회자 방이 달라지면 사역은 물론 성도들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사무공간을 단지 행정 업무나 설교 준비, 교인 상담, 회의 등의 능률만 생각해서 꾸며 둔 교회라면 지금의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지구온도 상승으로 회복력을 잃어가는 지구가 신음소리를 덜 내도록 하는 일에 진정성을 담기 어려울지 모른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미 사무실에서 꼼꼼한 분리배출, 재생지에 이면지 사용, 멀티탭으로 절전, 일회용품 안 쓰기 등에 동참하는 교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몇 년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일상 업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사무실에서의 녹색생활 실천을 다짐하는 ‘친환경생활 실천운동 선언식’을 가진 바 있다. 일회용품 사용 자제, 재활용품 분리배출, 그린카드 사용, 대중교통 이용, 쿨맵시 및 온맵시 착용 등을 실천하면서 자체점검표를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할 뿐 아니라 탄소계산기로 실제 실천효과를 측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 사람이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최대 773kg로 나왔다. 즉, 30년 생 소나무 6.6그루 식재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는 에코마크 제품 구입, 실내 적정온도 유지 및 노타이 운동, 에너지 절약(LED 전구 사용,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기기 사용, 서머타임 실행), 절수(절수 수도꼭지 이용), 사무실 녹색화(옥상 및 사무실 내에서 식물 기르기 등) 실천으로 온실가스를 6%나 감소시킨 바 있다. 홋카이도 지방의 사무실들은 추울 때 버려지는 톱밥 등으로 제조한 ‘우드펠릿’ 스토브를 사용한다. 우드펠릿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경유의 12분의 1에 불과하고, 연기와 재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교회사무실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내에 쓰레기통이 없고 발밑의 페달을 밟으면 핸드폰 등을 간단히 충전하게 하는 자가발전 책상이 있는 사무실, 공간 중앙의 천장이나 남측 벽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자연의 빛을 즐기게 해주는 사무실, 건물 안이 아닌 옥상과 마당에 설치해 일하는 이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녹색 의식을 고취하는 사무실.

모든 실천수칙과 녹색공간 마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일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다. 일하는 이들 스스로 일상 업무에 대해 환경진단을 한 후 실천지침을 정할 수만 있다면, 자발적 녹색사무실 선언이 가능할 것이다. 

※ 이 칼럼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총무:이박행 목사)의 지원으로 꾸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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