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지구지킴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창조신앙을 가지고 교회를 넘어 마을과 지구를 돌보는 일상의 영성을 전수해야 할 책무가 있다.

27년 전, 나는 간경화 진단을 받고 삶의 끝자락에서 보성군 복내면 천봉산 깊은 골짜기로 들어왔다. 대학 시절 복음주의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 4가족 17명이 합류하여 요벨공동체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공동체는 해체되어 흩어지고, 아내와 어린 두 딸만 남겨졌다

산 중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재미교포 의사 김영준 박사의 제안으로 암 환우를 위해 몸과 마음, 영혼을 살리는 복내전인치유교실을 시작하였고, 이어서 상시 요양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치유센터 주변은 천혜의 조건이 갖추어져있었다. 아황산가스 함유량이 전국 평균 5.6ppb인 것에 비해 복내는 2.1ppb에 불과하다. 산소포화도 역시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이 높다. 그래서인지 말기 암 환우들이 기적같이 소생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다. 일례로 폐암 4기로 숨쉬기도 어려웠던 환우가 복내에 입소하자마자 숨을 쉬는 것이 매우 편해졌다.

이를 계기로 인간의 건강과 생태환경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점차로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동물과 식물, 광물에게도 인간과 동일한 생명권이 있음을 깨닫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창 1:22)
2009년에는 의료, 종교지도자들을 위한 제1회 복내전인치유포럼을 개최했다. 4회 차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명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발전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2017년에는 50인의 전문인들이 뜻을 모아 생명 중심의 문명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을 창립했다. 지난해 6월에는 ‘위드 코로나19와 통전적인 목회 대응’을 주제로 제5회 포럼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생태위기와 기후위기는 인간이 생태계를 착취하고 약탈하면서 지구생태계를 파괴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인간중심문명을 생명생태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모든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교회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사회문제, 경제문제, 기후문제 등이 선교의 과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명 본위의 하나님나라를 세우기보다는 종교단체로서 교회 성장만을 추구해 왔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세상과 유리된 섬이 되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적 영역에서 역할을 상실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생태학적 고통에 대해서 책임 있는 응답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와 세계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현상과 거시적인 시스템에도 맞서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는 생태적 위기 격랑 앞에서 창조세계 회복을 위해 집중력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 목회자가 먼저 생태신학적이고 통전적인 세계관을 정립하며, 생태감수성을 높이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성도들은 창조신앙을 가지고 교회를 넘어 마을과 지구를 돌보는 일상의 영성을 전수해야 할 책무가 있다. 더 나아가 국제기구, 정부, 기업, 시민단체, 마을, 교회가 연대하여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일에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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