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회라는 관례를 깨고 기도회 형식으로 전환한 신년기도회는 거룩한 사명을 아로새기고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다짐의 장이었다. 배광식 총회장이 신년기도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새해를 맞이하였다고 기뻐만 할 수 없는 시대적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절망적인 목회현장을 놓고 거룩한 주님의 옷자락을 붙들며 긍휼을 구할 때입니다.”

총회가 새해 사역 시작을 알리는 신년하례회 대신 ‘신년기도회’라는 기도의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신년기도회 개최와 관련해 총회장 배광식 목사는 “교회가 문을 닫고, 성도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대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영적 결단과 깡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말로 파격적 행보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뜨거웠던 기도 현장

기도회 도중 눈물을 닦는 총회회계 홍석환 장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한정된 인원만 초청해 치른 신년기도회였지만 시종 뜨겁고 진지한 분위기였다.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가진 기도회는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신년기도회는 당초 기도원에서 개최하려 했다. 총회장의 말을 빌자면, 이틀 일정으로 넥타이 풀어 제치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밤새 기도하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도원 집회가 무산됐다. 따라서 장소가 교회로 바뀌고, 행사 성격이 강했던 신년하례회를 기도회 형식으로 바꾼 탓에 참여도나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기우였다. 두 번의 말씀을 받은 참석자들은 1시간 가량을 목청껏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첫 번째 기도회를 인도한 장봉생 목사의 “우리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욕심과 세상 방식을 따르며 하나님의 역사에 쓰임받지 못한 모습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하자. 보혈에 힘입어 귀한 직분을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역사가 임하는 도구가 되어 사역과 삶의 현장에서 넘치는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길 기도하자”는 제안에 두 손을 들고 간절히 기도했다.

김오용 목사가 인도한 두 번째 기도회에서도 사명자로 부름받은 자로서 목회의 기도와 소원이 다시 불일 듯 일어나며,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 사명을 온전하게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의 소리를 높였다.

파격으로 신선함 컸던 기도회

손을 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도하는 증경총회장 김동권 목사.

총회 특유의 경직성을 감안하면 이번 신년기도회는 파격, 그 자체였다. 전례와 틀, 관행을 따르는 인식구조로 인해 작은 변화조차도 시도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형식을 탈피해도 얼마든지 은혜와 본질 추구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남겼다.

여기에는 배광식 총회장의 결단과 내려놓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신년기도회는 총회장이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을 자처했고, 이것이 신선했다는 평가다. 배 총회장은 신년기도회를 기획하면서 나눠먹기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는 기도회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실제 자신은 기도회 취지를 설명하는 짤막한 신년사 이후 강단이 아닌 청중석에서 기도의 자리를 지켰다. 대표적인 총회 행사에 총회장이 설교하지 않고, 은혜받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솔선했다. 이 때문에 평소 교단 행사에서 만나기 힘든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했다. 이번 기도회에 김서택 목사(대구동부교회)와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메신저로 나섰다.

두 설교자는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돈과 건물과 사람 수와 학벌을 의지할 때 말씀은 깨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옥합과 반석을 깨고 틀을 부술 때 상상할 수 없는 하나님의 능력이 총회와 강대상에서 흘러나올 것”(김서택 목사)이며, “심한 통곡과 눈물로 드리는 간절한 기도의 소원을 회복하고, 전하지 않을 수 없는 복음전파의 사명을 회복하자”(김남준 목사)는 강력한 메시지를 선포했다.

축사하고 있는 직전총회장 소강석 목사
예장통합 총회장 류영모 목사 축사 모습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기독신문사 사장 김상현 목사
기도회를 인도하는 장봉생 목사
김오용 목사의 두 번째 기도회 인도 장면.
신년기도회에 참석한 상비부장·위원장, 전국 노회장들이 사명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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