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찾아가는 우유배달, 고독사 예방 넘어 영혼 구원 역할 톡톡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유에 ‘사랑’을 첨가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벌어진다.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사장:호용한 목사)이 그 기적의 주인공이다. 생명이 담긴 우유를 호용한 목사와 함께 배달했다. <편집자 주>

우유는 사랑이다. 사랑은 생명을 살린다.

인적 드문 서울 옥수동 비탈길. 호용한 목사의 거친 숨소리가 좁은 골목을 울린다. 호 목사가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언덕에 오른 이유는, 그곳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골목 끝자락 반지하 단칸방 앞.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우유를 꺼내들어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이때 호 목사가 꼭 점검하는 게 있다. 전날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 있는지다.

“우유가 그대로라면 문부터 두드려봅니다. 고독사를 의심해 보거든요. 다행이네요. 바구니가 비었어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박인혜 할머니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박인혜 할머니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다.

밖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박인혜 할머니(90세)가 문을 열었다. “아이고, 목사님.” 박인혜 할머니가 버선발로 나섰다. 할머니의 얼굴은 웃음꽃이 가득하다. 그립고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는 표정이다. 오매불망이 딱이다.

“할머니 어떻게 지내셨어요? 몸은 괜찮으시고요?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호용한 목사가 우유 배달과 함께 안부를 묻는다. “난방은 잘 되고요? 웃풍 안 심해요? 식사는요? 필요한 거 없으세요?” 호용한 목사의 안부는 건강뿐만 아니라 박인혜 할머니의 삶 전체로 확장한다.

“맨날 넣어주시는 우유 덕분에 잘 지내요. 목사님 때문에 살아요. 감사해요.”

박인혜 할머니에게 호용한 목사는 아이돌 스타를 뛰어넘어 생명을 살리는 존재다. 호 목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독사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박 할머니는 6·25 한국전쟁 때 남편과 피난을 왔다.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이 서울 금호동 옥수동 일대다. 금방 통일돼서 그리운 북녘 땅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십 년을 보내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 몸이 됐다.

호용한 목사는 2003년부터 우유배달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시작한 사역이 올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호용한 목사는 “우유배달은 어르신의 안부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살리는 전도의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호용한 목사는 2003년부터 우유배달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시작한 사역이 올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호용한 목사는 “우유배달은 어르신의 안부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살리는 전도의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친인척도 없이 남편이랑 달랑 둘이서 왔죠.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세월을 버텼는데, 이제는 아무도 없네요.”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방 안 TV 볼륨이 크게 틀어져 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대부분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놓으세요. 유일한 말동무거든요.” 호용한 목사의 말이다.

오늘은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성탄의 계절을 앞두고 생활용품과 먹거리를 한가득 배달했다. 조미김 등 밑반찬이며, 고기류, 감귤 등 제철과일, 로션 등 생활용품이 담겼다. 호용한 목사는 식품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보관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겨울이기 때문에 로션을 꼭 발라야 한다고도 말한다. 어르신을 생각하는 꼼꼼함이 묻어난다.

우유배달은 서울시 봉사상 대상을 받을 정도로 교회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br>
우유배달은 서울시 봉사상 대상을 받을 정도로 교회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의 백미는 ‘구원’이다. 호용한 목사는 박인혜 할머니를 위해 ‘안부기도’를 드린다. 할머니의 건강과 영혼 구원을 위해 간구했다. 사랑이 첨가된 우유가 영혼을 살린다.

기도 끝 무렵, 박인혜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기 시작한다. “외로워요. 너무 외로워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대화가 그리워요.” 할머니는 한동안 흐느꼈다. “그런데 목사님이 매번 이렇게 찾아오시고, 안부도 물어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때마다 먹거리며 생활용품도 주시고, 말동무도 해주시니 살아갈 맛이 나네요. 그 사랑 어떻게 갚죠?”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박인혜 할머니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다.
우유배달 로고.

다음 어르신을 방문할 시간. 박인혜 할머니는 퍽퍽한 다리를 이끌고 골목길 앞까지 따라 나왔다. 호용한 목사와 할머니는 서로 연신 인사를 건네며 아쉬움을 뒤로한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이정녀 권사(옥수중앙교회) 댁이다. “권사님”, 이 한마디에 이정녀 권사도 버선발로 나왔다.

“이 우유가 저에게는 생명입니다. 이거 하나면 아침도 든든하고, 영양도 보충되죠. 그리고 우리 교회가 이렇게 귀한 사역을 한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동네에선 옥수중앙교회 우유배달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동네 보물이야.”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임마누엘’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죽은 영혼을 살리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 그 정신을 이어받았다. 외로움으로 신음하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존재한다.

완전식품 우유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첨가하니, 영혼을 구원하는 ‘완벽식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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