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코로나19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진 진통제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주를 이루는 ‘타이레놀’이다. 진통제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것을 먹으면 빠르게 통증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 진통제와 관련해 매우 주목을 끄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진통제를 먹으면 자신의 통증만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아픔을 감지하는 능력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메디컬센터 행동의학연구소(Institute for Behavioral Medicine Research)의 볼드윈 웨이 박사가 연구한 결과이다.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타인의 신체적, 사회적 아픔을 느끼는 감정이입(empathy)을 무디게 한다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대학생 8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에게는 아세트아미노펜 1000㎎이 함유된 물을, 나머지는 맹물을 마시게 했다. 약효가 나타나는데 필요한 1시간을 기다린 뒤, 8가지 짧은 시나리오를 읽게 했다. 시나리오는 칼을 쓰다 잘못해 뼈까지 깊이 베는 상처를 입은 사람, 또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슬픔에 잠긴 사람 이야기였다.

그 글을 읽게 한 후 시나리오에 나오는 사람 하나하나가 느끼는 통증과 마음의 아픔이 어느 정도일 지를 1에서 5까지로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결과는 진통제를 먹은 학생들에게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정도가 덜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보니 진통제를 많이 먹는 현대인들이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공감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지 싶다. 조금만 아파도 진통제를 찾는 현대인들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에는 인색한 것이다.

주님이 떠오른다. 그 분은 우리 인간이 겪는 모든 아픔을 보셨고 불쌍히 여기셨다. 그리고 공감만 하시지 않고 그것을 직접 체험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아픈 현장에 찾아오시는 분이 아닌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인간다움을 잃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의 통증에 함께 울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것 역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목회를 하면서 나의 통증 반응을 점검할 때가 많다. 교인들뿐 아니라 이웃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 슬픔에 나는 얼마나 공감하는 것일까? 주님처럼 함께 울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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