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목사의 섬마을 순례]

살찐 소가 앉아있는 형상이라는 덕우도(德牛島)는 전남 완도군 생일면에 속해있으며 완도에서 남동쪽 26km 해상에 있는 외딴 섬이다. 배에서 내려 마을에 들어서면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눈에 띄며 바로 ‘부자마을이구나’라는 인식이 든다.

큰 바다에서 홀로 떨어져있는 섬이기에 파도가 거세 예전에는 양식을 할 수 없고, 오로지 자연산 어획에 의지하고 살아가야 했던 섬이다. 그럼에도 완도의 어느 섬보다 잘 사는 마을이 되었다. 덕우도는 형제섬이라 할 수 있는 매물섬, 송도, 소덕우도 등 6개의 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 섬의 바다 속에 해산물이 풍부했던 덕택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 덕우도처럼 따로 떨어진 섬에서도 양식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육지와 가까운 연안의 섬들이 교통은 편리해졌어도 해양오염, 밀식, 협소한 장소 등의 약점이 나타난 대신 덕우도처럼 외해에 있는 섬들이 양식에 더 유리한 환경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덕우도 주변에는 온통 양식장이 형성되어,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길을 통과해야 할 정도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어장 덕택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난 덕우도였지만, 요즘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인구 감소의 결정적 이유는 초등학교 분교가 폐교한 것이다. 덕우도 같은 외딴 섬은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다른 섬으로 통학할 수도 없는 형편이 된다. 결국 교육문제로 자녀들이 완도읍이나 도시로 떠나면서, 섬에는 기러기 아빠들이 많이 남게 됐다. 앞으로도 갈수록 섬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구는 줄어도 소득은 여전히 높다. 덕우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전복 양식이다. 사실 덕우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도 전복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복 중에서는 참전복을 으뜸으로 친다. 특히 완도 청정바다의 싱싱한 참전복이 최고 가치를 인정받는다. 덕우도는 본래 자연산 전복으로 유명한 곳이자, 완도에서는 처음으로 전복 양식을 시작한 산실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 참전복을 길러 수확하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복을 잡아먹는 천적 불가사리 때문이다. 워낙 번식력이 강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서 덕우도 해녀들은 4~11월에 바다 속에 들어가서 불가사리를 잡는 일이 의무화되어 있고, 마을 주민들도 불가사리 퇴치에 노력한다. 지난해 불가사리 퇴치 사업비로 완도군에서 250만원의 지원비가 나왔지만, 실제 덕우도 마을 자체에서 불가사리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은 2000만원이 넘었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전복으로 인한 수입이 높은 이유는 섬에 조류소통이 잘되어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수심도 깊어 전복이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이란다. 전복이 즐겨먹는 미역, 다시마, 파래, 김 등이 사계절 내내 풍부한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전복 양식이 주업이 되면서 덕우도의 농토는 더 이상 경작되지 않는다. 밭들은 온통 검은 비닐로 덮여 있는데, 미역이나 멸치 등을 말리는 건조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덕우도에는 무속신앙이 강력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섬 한가운데 숲속에 세워진 당산이 무속신앙의 중심이다. 덕우도에서는 당제가 매년 음력 1월 1일에, 풍어제 성격의 갯제가 음력 1월 7일에 각각 열리는데 그야말로 온 동네가 참여하는 큰 행사이다. 새마을운동 이후 대부분 섬에서 사라진 풍습들이 덕우도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덕우도교회는 1986년 세워졌지만 교인들이 많지 않다. 무속신앙 때문인지, 바다 일에 바빠서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기도해야할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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