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
“교단 먼저 성폭력 예방 힘 기울여야...자정위한 노력 필요”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 대해 교인들 열에 아홉은 영구적으로 목사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목회자 절반은 그들이 충분한 회개 후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상임대표:방인성 목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 800명과 목회자 200명을 대상으로 전개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다. 설문은 8월 30일∼9월 9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의 치리에 대해 교인들의 86.5%가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목회자는 44.6%만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목회자들은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 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는 응답이 49%로 가장 높았으나, 여기에 동의한 교인은 9.7%에 불과했다.

성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대처 과정에 대해서는 목회자와 성도 모두 교회 안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봤다. 목회자의 93.7%, 교인들의 55.9%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 이유로는 그저 덮고 지나가려 하거나 처리할 공적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사후처리보다 더 중요한 예방에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목회자와 성도 모두 교회 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출석교회 혹은 기독교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은 교인은 10명 중 2명(19.6%)에 그쳤고, 목회자 역시 절반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준(45.5%)이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18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18일 서울 중구 공간 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분석한 권미주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들의 성윤리 의식은 일반 교인들과 동일하지만, 실제적인 처벌에 있어서는 교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를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각 교단의 헌법에서 목회자에 대한 면직이나 치리 조항이 있기는 하나 매우 광범위하고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성범죄를 일으킨 목사에 대해서 어떻게 치리할 것인지를 각 교단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범죄 발생 시 보다 분명한 법과 구조 아래서 엄격하게 치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각 교단이 먼저는 성폭력 예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특히 교단 또는 기독교 기관에서 교회의 현실에 맞는 체계적인 성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 등과 비교할 때 목회자에 대해서는 특히 이런 교육을 의무화하여 성폭력 가해 예방에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 박유미 교수(안양대학교)는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또한 성범죄 피해자를 돕고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교회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성폭력의 문제가 단지 개인의 일탈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배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한국교회가 함께 책임지고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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