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함께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는 원래 조각가였다. 그런 그가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렸다. 프레스코 기법의 이 작품은 4년 만에 완성했다. 1608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에 따라 시작한 일이다. 처음 교황의 요구는 <12사도>를 그려달라는 것이었지만, 미켈란젤로는 그리고 싶은 <천지창조>로 방향을 잡았다.

그로서는 처음인 회화작업이 쉽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마르지 않은 회칠 위에 그려야 하는 프레스코 작업에서, 처음에는 곰팡이가 피거나 변색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분 농도를 조절한 후에야 제대로 그릴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서는 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그렇게 <천지창조>를 완성했을 때, 그는 87세였다. 대작을 완성한 그는 스케치북 한 쪽에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라고 썼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의미다. 그 나이가 되려면 2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 나로서는 고개가 숙여진다. 완성도 높은 자신의 인생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도 배운다’는 자세 때문이다. 최고의 자리에서 이런 고백은 쉽지 않은 일이리라.

목사로 살아가면서 시달리는 중증 질병이 있다. 다 된 줄 알고, 또 다 아는 것처럼 잘난척하는 것이다. 교회와 목회에 관해서야 그렇다 치더라도, 때로는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훈수를 두려는 이 못된 병은 치료도 잘 안 된다. 역사 공부를 한 나로서는 ‘세상 모든 것의 역사’를 조금씩은 알고, 또 다양한 분야에 대해 흐름을 읽어낸다는 것이 더 심한 병증을 드러내는 것 같다.

안코라 임파로! 그렇다. 난 아직도 배우는 중일뿐이다. 매일 하는 설교도 배우는 태도가 아닌 한 실패의 연속일 텐데 이것을 떨치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그것에서 벗어나야 목사로서 ‘겸손’의 미덕도 보일 수 있을 텐데. 바울 사도의 “나는 날마다 죽는다”는 말씀이 불쑥 떠오른다.

모든 세상 욕망이 다 죽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살아있을 것 같은 그 분도 그랬는데. 그래, ‘매일 죽고’ 또 ‘아직도 배운다’는 태도를 잃는다면, 목사가 아니라 참된 크리스천도 되기 어려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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