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미국 제약회사 <머크(MSD)>가 알약 형태의 신종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코로나19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입원과 사망 가능성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치료제 1인분(5회용) 가격은 무려 82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머크>사에 쏟아지는 찬사는 의학적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이 비싼 치료제의 복제약을 빈곤 국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머크>사는 유엔이 지원하는 ‘국제의약특허풀’(MPP)과, 자사의 코로나19 경구 치료약인 ‘몰누피라비르’를 다른 제약사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제조 면허 공유에 합의했다. WHO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 결정을 반긴 것은 당연했다.

이런 <머크>사의 결정은 코로나19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화이자’나 ‘모더나’와 비교되면서 더욱 돋보였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국제사회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기술 공유를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105개 중·저소득 국가에서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 제조권을 확보할 경우, 1회 치료분이 82만원이 아니라 2만2000원 정도로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과 중·저소득 국가 사이에서 발생한 백신 빈부격차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때에 매우 획기적인 조치인 것이다.

‘제너’가 천연두 백신 특허권을 포기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는 그것을 포기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았고 역사 속에 위대한 이름을 남겼다. 지식이든 기술이든 과학이든 그것이 지향할 목표는 인류의 안전과 평화여야 할 것이다. 그에 뒤따르는 경제적 효과나 부야 어쩌겠냐만,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되는 한 그 성공은 천박한 가치의 실현일 뿐 박수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재난이 일어나면 누군가는 돈을 잃고, 또 다른 누구는 돈을 벌기도 한다. 이럴 때 번 돈의 가치를 높이는 길을 찾으면 돋보이는 법이다. 교회는 더욱 그렇다. 이윤창출이 목표가 아닌 교회가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는 중요하다. 그에 따라 교회가 희망의 빛일지, 천박한 자본에 엎어진 것인지 확인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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