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파스텔 톤의 골목길, 구슬치기하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너른 운동장 역시 친구들과의 즐거운 기억이 아른거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은 처절하다 못해 끔찍하다. 패배의 좌절감을 느낄 시간조차 없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간다. 거기서 살아남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참가자들의 이야기. 도무지 게임이랄 수 없는 게임, 바로 ‘오징어게임’이다. 456명 중 최종승자 외의 모든 사람이 죽어야 한다. 그 속에서 착한 사람조차도 점차 살벌하게 변한다. 처음엔 피 흘리고 쓰러지는 옆 사람을 보며 두려워하며 떨었는데, 어느새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악행을 저지른다. 함께 살자며 손잡았던 상대를 속이고 또 버린다.

시간을 다투는 징검다리에서는 망설이는 앞 사람을 밀어 죽이고라도 시간 내에 건너려고 한다. 부부 사이에도 이 살벌함은 예외가 없다. 그렇게 해서 456억원이라는 꿈같은 거액을 거머쥔 최종 승자 ‘기훈’. 그의 마지막 싸움상대는 어린 시절 친구 ‘상우’였다. 그 추억을 떠올릴 새도 없이 서로 칼을 휘두르던 게임에서 ‘상우’의 자살로 ‘기훈’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스도인들의 그라운드 역시 환상적일만큼 아름답다. 교회 공동체가 그렇고, 멀리 바라보는 그 세계는 더욱 판타지하다. 그런 세상에서 천국을 바라보며 사는 그리스도인의 현실은 어떤가? ‘오징어게임’ 같은 살벌한 경쟁에서 내가 이기기를 기도하며 버티는 것은 아닌지? 그 게임에 나타난 것처럼 내 옆의 몇 사람이 쓰러져도 나만 산다면 “할렐루야, 하나님 감사”를 외치는 게임을 넘어선 싸움터. 섬기는 아름다운 손에 또 기도하는 믿음의 손인 것 같은데, 그 손으로 잡으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나 역시 치열하게 살아남아 최종 승자가 되고 싶은 싸움을 게임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목회자로 사는 나. 희생을 말하고, 섬김을 내세우고, 사랑을 선포하지만, 살벌한 목회 현장에서 이것저것 제치고 앞서고 싶은 강박관념의 노예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 큰 예배당 짓고, 많은 교인을 모아놓으면 묘한 논리를 만들어 비하한다. 그리고 어느새 내 속에 야릇한 승부감이 치솟아 올라 붉어진 얼굴을 숨길 수 없어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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