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선교사명과 사랑 실천 앞장선 한의사 정규만 장로 조명하다

〈믿음과 헌신의 사람 정규만〉 (김남식/삼우비즈폼) 

1950~60년대 대구에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한의원이 있었다. 지금의 대구시 중구 약전골목에 자리한 ‘활신한의원’이 바로 그곳이다. 8·15 해방 직후 콜레라와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활신한의원이 조제했던 한약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를 살려냈다.

이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 약을 처방받기 위한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환자들이 물려들어 당대 제일가는 명의로 칭송받았다. 활신한의원 원장이었던 고 정규만 장로(대구서현교회)의 탁월한 의술을 인간사랑 정신으로 풀어낸 결과였다. 이 때문에 정규만 장로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정규만 장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구동성 3가지 욕심이 강한 인물로 추억한다. 고인은 평소 ‘믿음의 욕심’ ‘이웃사랑의 욕심’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경제적 욕심’이 컸다고. 이 세 가지 욕심을 가졌던 정규만 장로는 당시 단일예배당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의 석조건물인 대구서현교회 예배당을 건축했다. 6·25전쟁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오직 성전건축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북 익산에서 채석한 황등석을 구입해 열차로 운반해와 인부들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려 지은 것이 지금의 대구서현교회 예배당이다.

대구서현교회 석조예배당 건축 현장을 둘러 보는 정규만 장로.
대구서현교회 석조예배당 건축 현장을 둘러 보는 정규만 장로.

예배당 건축에서 보듯 철저한 신앙과 헌신의 모범을 보여준 정규만 장로의 진면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생전에 세계선교에 관심을 가졌고, 세계선교를 감당하라는 그의 유훈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현재 미국과 중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고난을 무릅쓰고 선교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정규만 장로의 이웃사랑 욕심 역시 남달랐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따뜻하게 대했으며, 특히 수많은 목회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러한 정규만 장로의 아름다운 선행은 전국 목회자들이 설교예화로 자주 소개될 정도였다. 1969년 정규만 장로가 소천했을 때는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상여가 가는 길에 평소 도움을 받았던 수많은 걸인들이 애곡하는 모습도 연출됐다고 한다.

1953년 대구서현교회 창립교인이자 활신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일생의 소망이었던 성전건축과 세계선교의 꿈을 이룬 고 정규만 장로의 일대기가 <믿음과 헌신의 사람 정규만>이라는 책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 교회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믿음과 헌신으로 점철된 정규만 장로의 삶은 그 자체로 도전과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대구서현교회(정기칠 목사)와 편찬위원장 전재규 원로장로(대신대 명예총장)의 노력으로 출간됐다.

편찬위원장 전재규 장로는 “장로님께서는 한의사로서 환자 치료는 물론 사회봉사와 이웃사랑 실천으로 복음을 전파하신 소중한 믿음의 사람”이라며 “정규만 장로님은 기독교 뿐 아니라 대구의 소중한 자산이기에 약전골목에 ‘활신한의원’ 표지석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 구미에서 출생한 고 정규만 장로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부친의 신앙을 이어받아 성장했다. 1935년 한의사 고시에 합격한 그는 1950년대부터 대구 약전골목에서 활신한의원을 경영하면서 이웃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믿음과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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