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선행동ㆍ기독시민단체공약연대 등 출범

대선 공약 제안을 위해 연대한 기독시민단체 대표들이 성경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정책 개발 및 제안 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선 공약 제안을 위해 연대한 기독시민단체 대표들이 성경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정책 개발 및 제안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은 대선 후보를 확정했고(10일 기준), 제1야당 역시 이제 4명의 예비후보가 한 달 뒤 있을 최종 후보 선출을 앞두고 본경선에 돌입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교계에서도 성경적 가치관에 합당한 지도자를 세우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398명 그리스도인과 12개 교회 및 단체가 참여하는 2022 기독교대선행동(이하 대선행동)이 출범을 알렸다. 대선행동은 10월 5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나섰다. 강경민 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일산은혜교회 은퇴)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원로)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한완상 교수(서울대 명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교계 및 시민사회 원로 9명을 고문으로 위촉했으며 11명이 공동상임대표를 맡는다. 공동상임대표에는 전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 방인성 목사(하나누리 대표) 등 진보 교계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대선행동은 출범식에서 ‘2022 대선, “생명 평화가 넘치는 세계”를 향한 기독인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선언을 통해 “대통령 한 사람이 5년 임기 안에 사회 전체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서 역사가 진보할 수도, 퇴행할 수도 있다”며 “차기 대통령은 정의와 생명, 평화가 넘치는 세계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뜻있는 그리스도인들과 전문가들의 역량을 동원해 기독교적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대선 주자들에게 공약 반영을 요구하는 한편, 계속해서 기독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선행동은 이날 ‘생태문명’ ‘평화통일’ ‘경제정의’ ‘평등문화' ‘민주개혁’ 등 5개 영역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주요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영역 별로 △기후정의 정책 실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추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보호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검찰ㆍ언론 개혁 강화 등 16가지 정책 제안을 담았다.

교계 진보 진영 인사들이 주를 이룬 연대체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지적에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닮아가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연대이자 공적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어 촛불혁명에 대한 응답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출범 당시 ‘평등’ ‘공정’ ‘정의’를 외쳤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실패하고 오히려 그 중심세력 일부의 진정성ㆍ도덕성 결여가 드러나며 동력을 상실한 부분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득훈 공동상임대표는 “후보자가 장로인지 기독교인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제시한 기독교적 가치에 진정으로 동의하고 추구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선행동은 교회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가짜뉴스와 극우적인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기독교 세력의 목소리가 한국교회를 과잉대표하게 되는 비극을 막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정치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공적 문제에 대해 기독교 신앙에 기반해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0월 중 기독교신학과 사회정책 포럼을 갖고 11월 기독교시민정치학교를 개설 및 운영하며, 대선 전까지 각 당 후보들의 정책을 검토해 한국교회에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7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기독시민단체들이 ‘20대 대통령선거 100대 공약 제안 연대’(이하 대선공약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공약연대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법률가회, 좋은교사운동 등 각 분야 6개 단체를 비롯해 여성/장애인/통일 분야 전문가 그룹이 동참했다. 

이들 역시 11월 말까지 ‘교육’ ‘노동' ‘대북/통일’ ‘복지’ ‘여성’ ‘이주민인권’ ‘장애인’ ‘청년’ ‘토지/부동산’ ‘환경' 등 한국 사회의 변화와 성숙을 위해 필요한 10가지 영역 100가지 공약을 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대선 후보들에게는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기독교인들에게는 후보들을 판단하고 투표하는 근거로 삼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대선공약연대는 “기독시민단체들과 기독전문인들은 우리 사회 각 영역에 퍼져 있는 불의와 탐욕, 이로 인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왔던 연구와 구체적인 실천 성과를 모아서 대선 후보들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각 분야의 정책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성경의 우물에서 길어내 정교하게 다듬어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제안이 기독교인만의 가치와 이익을 사회에 강요하는 종교적 이기심이 아니라 타 종교인들과 다양한 가치를 가진 그룹이 자신들의 선한 가치로 모두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이밖에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기윤실에서는 특별포럼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을 묻는다’를 진행 중이다. 9월 30일 1차로 ‘공정, 그 너머 우리시대의 담론을 묻다’를 마쳤으며, 오는 14일 2차 ‘사회통합:갈등과 균열을 딛고 공동선과 신뢰의 회복을 말하다’와 19일 3차 ‘불평등 완화와 약자 보호:한국 사회 불평등의 형상과 약자를 살피다’ 포럼이 이어진다.

기윤실은 “정당 내외부 갈등, 예비 후보들의 자질논란에 가리워져 정작 국민과 시대의 요구, 절박한 국가적 과제는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 20대 대선이 반드시 맞닥뜨려 씨름하고 해결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를 짚어보고 이를 풀어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포럼은 ‘기윤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편 이번 대선은 거대 양당 후보들의 각종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후보 간 정책ㆍ비전 경쟁보다는 진영 간 고소ㆍ고발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에는 때아닌 역술ㆍ주술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 대선 정국에서 한국교회가 모처럼 올바른 종교의 역할로 그리스도인들의 옳은 선택을 돕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바른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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