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예의’였다. 공부는 좀 못하고 능력은 모자라도 예의 바르면 언젠가는 좋은 길을 가고, 좋은 자리에 설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집에서와 다르게 밖에 나가면 꽤 예의 바른 모습을 유지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늘 어른의 자리에 있는 목사로 살아간다. 난 서른아홉 살, 목사 안수 받은 지 꼭 1년이 되던 때에 산정현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젊은 나를 아버지뻘 되시는 어른 장로님들을 비롯하여 모든 성도들이 참 사랑하고 존중해주었다. 그런 교인들에게 늘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청년들에게도 동일하다. 누구든 존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말이 빠르고 행동이 민첩해서 오해받을 수 있는 나는, 가능하면 예의 바른 대화를 위해 무척 신경 쓴다. 누구에게든 조금이라도 반말투를 사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때로는 조금 편치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좋다.

목사인 나는 목사, 장로와 만나는 일들도 많아 걱정스럽다. 누구든 존중하려는 나를 무례하다고 오해한 분들이 있다면 용서를 빌고 싶다. 또 재미난 것은, 착각일지 모르지만 56년생인 나를 65년생(?) 쯤으로 오해한 분들이 가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편히 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분들에게도 잘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서나, 특정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다. 그러기에 그 질서를 지키는 것이 하나님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성도들에게 강조하곤 한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를 지키는 것을 ‘예의’라고 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분, 또 나보다 먼저 그 자리에 앉은 분이라면 내 조건이 어떻든 존중하는 것이 기본적 예의다. 그렇기 때문에 높고 낮음을 떠나서 상대의 진지한 의사표시나 요청에는 바른 예의로 배려해야 한다.

난 예의 바른 사람이 참 좋다. 왜냐하면 그것이 겸손의 표현이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인간 존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내내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얼마나 예의 바르다고 느낄 지 걱정스럽다. 귀에 익숙한 ‘너나 잘 하세요’. 이 말을 들을까 걱정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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