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점령 후 현지 기독인 불안 극심 … ‘난민 사역’ 초점 맞춰 도와야

전쟁의 땅,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여성의 교육금지 등 이슬람원리주의로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의 땅,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여성의 교육금지 등 이슬람원리주의로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점령한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우리 가족은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해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국경이 막히고 공항도 폐쇄됐습니다. (중략)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길 기도할 뿐입니다.”

아프가니스탄 기독교 지도자가 보낸 SNS에 불안과 하나님을 향한 소망이 가득하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8월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20년 만에 탈레반 통치하에 들어간 아프간을 향한 기독교계의 관심과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특별히 아프간은 2007년 샘물교회 봉사단 피랍 사건으로 순교의 피가 뿌려진 땅이라 한국교회에 더욱 각별한 관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프간은 탈레반 이전에도 이슬람 신봉 국가로 기독교인 수는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적게는 1000명 정도라는 추산부터, 많게는 3만명까지 지하교회 교인들이 있다는 주장까지 편차가 크다. 김성태 한국오픈도어선교회 이사장은 “오픈도어선교회 사역자들의 통계에 따르면 3만명 가량의 지하교회 교인들이 있다. 탈레반의 1차 작업은 기독교인들을 색출하는 작업으로, 기독교인들은 국경을 넘거나 아니면 더 깊이 지하로 숨어들어야 한다. 순교의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으로 현지 기독교인들의 혼란과 염려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지인 사역자에 따르면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급작스런 상황에 여권조차 만들지 못했으며, 그런 가운데 지상으로 주변국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거나 그마저 어려울 경우 탈레반의 기독교인 색출을 피해 급히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에서 사역했던 해외 선교사들 역시 대부분이 철수했지만, 일부 선교사들 가운데는 지금이야말로 복음을 전할 때라는 사명감으로 아프간에 남기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교계의 경우 2007년 아프간 피랍 사태 이후 아프간이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고, 외교부의 특별승인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으로, 공식적으로 한국 국적의 선교사는 한 명도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 선교계에서는 크게 향후 아프간 사역을 현지 지하교회를 격려하고 돕는 일과 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하교회 기독교인들을 돕는 일로는, 우선적으로 탈레반에 노출된 기독교인들을 제3국으로 구출하는 사역부터, 지하교회를 격려하고 후원하는 사역이 요청된다. 

김성태 이사장은 “현지 기독교인들을 돕는 일과 아프간 난민들을 서방 국가로 망명시키는 일에 상당한 재정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 사역은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프간 난민은 당장 이웃 국가인 이란과 파키스탄 등으로 이동하고, 이후 터키 등을 거쳐 유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 국가에서 난민들을 대상으로 선교와 구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이 현지인이 보내온 SNS를  설명하고 있다.
KWMA 강대흥 사무총장이 현지인이 보내온 SNS를 설명하고 있다.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친분이 있는 아프간 기독교 지도자와 SNS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아프간 주변 나라들이 모두 이슬람 국가로 난민 사역도 쉽지 않다. 그나마 괜찮은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아프간 난민들이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경우 파키스탄 교회와 현지 한국 선교사들이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호진 박사(미주고신 애반겔리아대학교 교수)는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와 협력해 난민 선교를 할 수 있다”며 “요르단의 경우 무슬림 난민 선교가 현지교회와 협력 하에 이뤄졌다. 외국인 선교사의 신변안전과 법적 보호를 위해서는 현지교회 지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문가인 김종일 교수(아신대 선교대학원)도 “아프간 사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난민이다. 해외 난민 사역은 중동과 유럽에서 난민 사역을 하고 있는 APEN(Arab Persia Europe Network)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아프간은 한국교회의 순교의 땅이다. 주변 국가 한국 선교사들이 아프간 난민 사역에 각별히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덧붙여 “항간에 아직도 아프간에 한국 선교사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한국계 미국선교사일 것이다”며 잘못된 정보로 한국선교계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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