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연구위원회(위원장:한기승 목사)가 6월 8, 11, 22일 서울 총회회관, 광주중앙교회, 부산 부전교회에서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본 WEA(World Evangelical Alliance)와 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 공청회를 했다. 1차 공청회에는 정승원 교수(총신대신대원)와 문병호 교수(총신대신대원), 2차 공청회에는 이국진 목사(전주예수비전교회)와 서철원 교수(전 총신대 조직신학), 3차 공청회에는 이풍인 교수(총신대신대원)와 서창원 교수(총신대신대원)이 발표했다. 이들의 발제를 요약해서 싣는다. <편집자 주>

개혁주의 신학 확산, 전략적 활용 모색해야

정승원 교수/  WEA와의 교류 

WEA는 교단이 아니라 연합기구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단은 신학적 정체성이 같고 나아갈 방향이 같은 교회들이 모여서 구성하지만 연합기구는 신학적 정체성보다는 사역과 봉사 차원에서 마음이 맞는 교단, 기관, 학교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 합동교단은 현재 WEA 회원이 아니며 가입한 적도 없다. 따라서 총회 차원에서 WEA와의 교류 단절 여부를 결의하는 것은 덕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총신신대원 교수회 보고서는 2011 WEA, WCC, RCC 공동합의서인 ‘다종교 세계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증거’에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의서의 의도나 동기는 이해하지만 그 합의서의 내용 안에는 신학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6 ‘로마 가톨릭과 세계복음주의 연맹의 국제 협의(2009-2016)’ 문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 않고 WEA가 RCC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복음주의적 입장을 고수하였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이 문서 안에 로마 가톨릭과 신학적으로 다른 전통적인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의 유산을 표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적된 것들을 경계함과 동시에 본 교단은 WEA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본 교단의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WCC처럼 진리 수호는 포기한 채 교회 일치와 연합만을 추구하는 노선을 경계함과 동시에 ICCC처럼 신앙의 순결만을 외친 나머지 극단적 분리주의, 반사회주의, 반문화주의로 향하는 노선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WEA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근거없는 추측과 섣부른 판단이 적지 않다. 일례로 롤프 힐레 박사(WEA 전 신학위원회 위원장)는 WCC를 인정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WCC 헌장에 나오는 신앙고백”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힐레 박사의 말대로 WCC가 “스스로 천명한 이러한 신앙고백으로부터 멀어졌던 것”이 문제이다. WEA가 타종교 포용주의를 취하고 있다거나, WCC와 궁극적인 방향을 함께한다거나, WCC와 함께 작성한 문서가 복음전파의 의미를 왜곡한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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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활동에 심각한 문제, 교류 금지해야

문병호 교수/ WEA 신복음주의 신학과 에큐메니칼 활동 비판 

내가 WEA를 반대하는 이유는 WEA가 가장 주력해 온 과제가 로마가톨릭과 신학적 일치를 이루고 서로 연대하여 에큐메니칼 활동을 했고, 이 점에 있어서 WEA는 WCC보다 더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WEA가 WCC와 로마가톨릭과 함께 형성한 GCF(Global Christian Forum, 세계기독교포럼)에는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믿는다고만 하면 신학이나 역사적 배경에 관계없이 어느 교단이나 단체라도 회원이 될 수 있다. 이 패역한 조류의 중심에서 조타수 역할을 하는 것이 WEA다. WEA는 신복음주의자들의 모임인데 그동안 그 평가가 주로 신복음주의 신학자들에 의해서 우호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도 지적한다. 나는 2013년 WCC 제10차 부산 총회를 계기로 연구하면서 WEA가 WCC와 동류로서 그 책사와 전령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WCC의 위장단체에 다름없으며, 그 미혹함이 WCC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WEA 신앙고백은 정통 개신교 성경관을 견지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성경의 영감과 완전함 자체에 있지 않고 성경 해석의 실제적 적용성에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본성과 관련해서는 성경의 ‘무오’를 확정하고 권위 있고 확실한 기능과 관련해서는 성경의 ‘무류’를 확정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이는 성경의 오류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WEA가 마련한 1974년 로잔회의가 채택한 로잔언약이 교회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책임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은 로마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회의와 이에 기민하게 반응한 WCC에 의해 조성된 당시의 조류에 편승한 결과였다. ‘복음주의-로마 가톨릭 선교대화’(ERCDOM)(1977~1984), ‘로마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회의 신학과 WCC의 BEM 문서에 대한 WEA의 입장’, ‘WEA(WEF)와 로마 가톨릭의 PCPCU(기독교의 하나됨 증진을 위한 교황위원회)의 신학적 대화’, ‘WEA와 제칠일재림교의 공동성명’ 등 각종 문서와 모임을 살필 때 WEA는 신학과 구성원과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므로 일절 교류, 협력, 가입을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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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서 비롯된 단절 주장은 유익하지 않아

이국진 목사/  WEA와 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

WEA가 공격을 받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2011년 WCC, 로마가톨릭과 공동서명한 ‘다종교 세계에서의 기독교 증거:실행을 위한 제안’ 문서이다. 이 문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과 세계에 증거하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다만 “선교단체들이 현재 행하는 선교방식들을 회고”하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속임수를 사용한다든지,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복음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성령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셔서 복음이 전파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WEA가 WCC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현 WEA 의장 토머스 쉬르마허 박사는 제103회 총회 신학부(부장:서창수 목사)의 질문에 대해 자신은 WCC 부산 총회에 참석하여 축하의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WEA가 WCC와 전적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나 그와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WEA가 WCC, 로마 가톨릭과 상호협력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토마스 쉬르마허와 토머스 존슨은 가톨릭과의 대화는 복음주의 신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WEA가 “성경의 권위와 유일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고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은 그 어느 문서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WEA가 교회의 사명을 사회 개선과 발전에 둔다든지, 사회 구원을 언급한다든지, 하나됨을 위해서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는지 하는 비판은 WEA를 제대로 평가한 것이 아니다. WEA가 안식교를 받아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세계복음주의연맹과 제칠일 재림교회의 공동선언문’을 보면 양자의 대화가 두 단체의 공식적 합동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기한 것을 보면 잘못된 비난이다.

현재 교단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WEA와 직간접으로 활동하는 교계의 인사들이 많이 있고 교단의 산하 기관들도 직간접적으로 WEA와 관련을 맺고 있다. WEA는 유익한 단체이다. 가입하여 활동하지 않더라도 단절하자고 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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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와도 깊은 관계, 결코 합칠 수 없다

서철원 교수 /  세계복음주의 연맹

1846년 영국 런던의 프리메이슨 홀에서 복음주의연맹(Evangelical Alliance) 창립총회를 열었다. WEA는 안식일 교회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로마가톨릭교회와 연합하기 위해서 자주 회합을 가졌다. WCC와도 연대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회합을 많이 시도했다. 재세례파를 영입했고 유대교와도 합치기 위해 일치점을 찾기에 힘썼다. 항간에 WCC와 WEA를 조직한 단체가 프리메이슨이라는 말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프리메이슨과도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6월 WEA는 그리스도인 통일 증진을 위한 교황청 협의회와의 토론들이 최종화되었다고 보고했다. WEA와 로마교회가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교리를 덮고 도로 합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은 긴밀한 접촉을 했다. 1980년 기독교 통일 증진을 위해 교황청 장관직의 한 대표가 WEA 총회 앞에서 인사했다. 이 인사를 받고 WEA는 에큐메니칼 문제를 위한 17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1985년 로마가톨릭과 복음주의자들이 처음으로 구원, 복음화, 종교적 자유, 개정 작업 등을 토론했다. 이 연례 모임에는 WEA와 그리스도인 통일 증진을 위한 교황청 협의회가 모였다. 

2002년 제5차 대화회의에서 채택된 공동보고서는 교제에 관하여 두 진영 간의 차이점을 모았고, 교제와 복음화의 관계에 대한 합의점들을 담았다. WEA는 안식일교회를 받아들이려고 2006년 8월과 2007년 8월 신학적 대화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통해 서로의 믿음조항들과 사역하는 방법, 지역교회와 연맹 간에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WEA는 유대교도와도 연합을 시도했다. 1989년 신학위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 복음과 유대 백성에 대한 윌로우뱅크 선언을 했다. 선언에서 죄와 죽음에서 구원이 유다의 메시아 예수를 통해서 왔으므로 유대민족에게 깊이 감사해야 하고 복음을 그들도 받아들이도록 권면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 합동측 교단은 교리와 상관없이 모든 교파와 종파와 합치는 것을 지상목표로 하는 WEA와는 결코 합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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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연대 위해 현행 간접 교류 유지해야”

‘교류 찬성’ 입장 /  이풍인 교수

WEA의 멤버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지역과 국가적 연맹(Regional & national Alliances), 협력회원(Affiliate Members), 그리고 교회 네트워크들과 교단들(Church Networks & Denominations)이다. 

지역과 국가적 연맹은 아프리카의 39개 단체를 비롯, 아시아의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17개 단체, 카리비안의 11개, 중앙아시아 3개, 유럽 36개, 라틴아메리카 20개, 중동과 북아프리카 2개 단체 등 총 137개 단체들이 소속되어 있다. 또한 독자적인 목적과 책임을 가지고 독자적인 기구로 사역하는 107개 기구들이 함께 하고 있다.

협력회원의 구성은 실로 다양하여 성경 번역에 주력하는 위클리프선교회, 아동사역에 집중하는 월드비전, 이밖에 네비게이토선교회, 오픈도어선교회, 난민을 위한 국제협회(IAR), 컴패션, 아시아신학협의회(ATA)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3개 교회 네트워크와 회원 교단들이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미국장로교단(PCA), 우리 교단이 회원인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 구세군도 회원이다.

WEA의 중점사역은 △기존의 복음주의 조직들을 강화하고 새로운 조직들이 세워지도록 돕는 Alliance Development 분야 △지역 안의 교회(Church in Community) 분야 △선교와 전도분야(Missions & Evangelical) 분야 △공적 연대성(Public Engagemant) 분야 △구호와 개발(Relief & Development) △국제신학(Global Theology) 분야 등 6개다.

실로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된 여섯 분야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구나 단체들과 폭넓은 연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WEA는 우리 교단에 속한 기구가 아니다. 추구하는 것이나 관심이 다양한 세계 단체들로 구성된 연합기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단 내의 기관을 살필 때의 기준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WEA 설립 목적에 맞게 복음주의 노선에서 이탈 여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우리와 WEA는 직접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 그렇기에 교류 단절이나 지속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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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정체성 훼손 우려 큰 연합은 위험하다”

‘교류 반대’ 입장 /  서창원 교수

WEA와 교류를 금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은 WEA가 신학적으로 크게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또 그들과 교류를 단절하면 이미 그들과 교류하며 협력하고 있는 많은 건전한 교단이나 단체들과 단절해야 하며 국제 관계에서 고립되거나 분리주의자들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말한다. 전도와 선교하는 일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언급한다. 그들과 교류를 통해서 개혁신학적 입장을 그들에게 심어주고 개혁신학 기조 하에서 함께 협력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이상을 내세운다.

그러나 개신교 역사 속에서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의 논쟁이나, 조지 휫필드와 요한 웨슬리와의 신학적 분쟁에서 드러난 개혁주의와 복음주의 사이의 논쟁을 보라. 또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진영간의 교류 협력을 통한 대화의 장에서 상대편이 칼빈주의나 개혁주의 및 보수주의로 전향한 사례보다 보수 진영에서 자유 진영으로 흡수된 일이 대부분이었다. 

감리회와 로마가톨릭, 혹은 성공회와 로마가톨릭과의 대화에서 모두 다 가톨릭의 견해에 동조하거나 타협을 이룬 것이었지 로마가톨릭을 변화시킨 사례는 하나도 없다. 또한 WCC에서 개혁파 신학을 견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며 가담한 통합측의 현재 모습은 WCC의 사조에 더 깊이 들어가 있다. 더욱이 우리 교단은 국제 연합 기구에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여 주도권을 쥐고 행사할 만한 지도자를 키운 적이 없다.

국제 연합기구와의 협력 이전에 우리는 같은 신학과 같은 실천사항들을 견지하는 고신측과 합신측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교단의 국제 교류는 이미 교단이 제시한 종교다원주의 표방이나 여성안수 허용, 동성애 찬성 및 WCC와 교류하는 교단이나 단체는 금한다는 것을 준수한다면 WEA와의 교류 문제도 답이 분명하다. 

대신 교리적으로나 실천사항에 있어서 종교다원주의나 포용주의를 전혀 배제하는 ICRC(국제개혁교회연합,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mred Church)에 가입하는 것이 옳다. WCC는 양의 우리에 늑대가 공존하게 하는 것이며 WEA는 양의 우리에 양의 탈을 쓴 늑대가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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