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여론의 이빨 앞에 지혜롭게 대처하라

한국교회 겨냥한 다양한 사회 이슈, 공동대응 사명 완수해야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세상을 이기려면 뱀같이 지혜로워야 한다. 뱀의 지혜 이상으로 교회가 지혜로워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은 교인 개개인이나 특정 교회만이 아니라 공교회로서의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명령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과연 여론이라는 이리의 이빨 앞에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했는가? 하나씩 짚어가면서 주님께 무엇을 기도해야 할 지 같이 생각해보자.

종교과세에서 종교인과세로
수십 년간 논란으로만 이어져 오던 종교인 과세법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5년 여론에 떠밀려 기습적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처음 정부안은 종교인소득과세가 아닌 종교소득과세였다. 종교소득과세는 종교인소득과세와 달리 목사가 아니라 교회가 과세 대상이 되고, 과세당국이 교회의 모든 자금 흐름을 손바닥 안에 놓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종교인과세공동TF를 구성하고 소강석 목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받아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시행령에는 과세대상을 순수 사례비에 국한하고, 교회의 구분기록과 관리를 전제로 종교 활동비를 과세 항목에서 제외하며, 세무조사도 사례비 부분으로 한정했다.

가이사의 법정과 한국교회표준정관
한국교회법학회는 종교인 과세 이후 한국교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회분쟁을 예방할 표준적인 교회정관 마련이라고 판단했다. 교회정관만 제대로 구비해도 쓸데없는 소송을 예방할 수 있고, 혹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세속법이 아닌 교회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법학회는 6개월간의 준비 끝에 <한국교회 표준정관>을 마련했다. 유튜브를 통해 ‘표준정관강해’를 내보내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 ‘처치앤로’에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예배의 자유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비대면 예배로 영성이 떨어지고, 교회를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교총은 방역당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하면서도 교회의 예배회복을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예배횟수를 나눠서 교인의 절반 이상이 현장 예배에 참여할 수 있다. 여당은 방역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봇물처럼 쏟아냈지만 한교총은 한국교회법학회의 자문을 받아 그것이 불가함을 알리고, 법안 통과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 저지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건강가정기본법, 낙태법
차별금지법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그리고 낙태법 폐지 등은 기독교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 합법화, 생명경시 풍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반대하고 있다. 한교총은 차별금지법이 숨기고 있는 진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차별금지법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설득력 있게 반대 입장을 여론에 어필했다. 또한 성명서 발표로 확고한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국회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입법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과 기독교
불교 등에 비해 역사가 짧은 한국 기독교는 문화유산 수가 다른 종교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발굴하고 보존시키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기독교 유산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문화’가 아니라 ‘믿음’의 유산이기 때문에 한교총은 기독교 종교문화자원의 총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발굴, 보존, 전시, 활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독교 종교문화자원 보존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와 학계에 학술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함은 물론, 모든 국민이 한국기독교와 근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한두 사람의 지도자가 져야 할 십자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져야 할 사명이다. 공중의 권세 잡은 자들이 감히 하나님의 교회를 엿보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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