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전이 열렸다. 치열했던 승부의 현장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결승점을 내는 순간도, 영광스러운 우승 트로피도 아니었다. 게임업체 경영인이기도 한 우승팀 구단주가 선수단에 건넨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이었다.
‘진명황의 집행검’이라 불리는 이 가상의 물건은 NC소프트가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리니지’ 게임의 대표 아이템으로 알려졌다. 챔피언이 된 선수들이 마치 게임 속 주인공처럼 포효하며 검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국내외에 열광적 반응을 일으켰다.
수십 년 전 풍경처럼 학교 앞 문구점에 쭈그리고 앉은 꼬마들이 버튼과 레버 몇 개를 작동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던 시절에서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화돼버린 세대에게는 대단히 생경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게임’이 거대산업이자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대중문화로 자란 지는 이미 한참 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4.5%가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사에는 월 3만원 이상을 게임비로 지출한다는 응답이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전 세대 고르게 20~25%에 육박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2017년에 국내 게임시장의 매출액이 13억을 넘기는 등 가파른 성장 기류가 이어져왔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최근, 게임산업은 오히려 더 큰 호황을 맞은 모양새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0년 12월 조사에서는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전에 비해 게임시간이 늘어났다는 응답(47%)이 줄어들었다는 응답(5%)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휴대폰을 활용하는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이 앞 다투어 게임광고에 등장하고, 이 시대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장래 희망으로 프로게이머와 게임 개발자 등의 직종이 손꼽히며, 실제로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학과와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잇달아 개설되는 현상 등도 눈여겨 볼 일이다.
오늘날 수많은 인력과 자원 그리고 관심이 집중되는 대상이 바로 게임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선교와 사역 무대로서 한국교회가 도전해야 할 영역에 게임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면, 이제 우리가 서둘러야 할 일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