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매력> (제니 파울러·마거릿 벵겔/이화박물관)

여성의 관점에서 본 1세기 전 선교지 한국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미국감리회 해외여선교회(WFMS) 출판부가 펴낸 원작을 100년 만에 이화박물관에서 우리말로 다시 출간한 <조선의 매력(The Lure of Korea)>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한국의 사회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선교 행정가로 명성이 높은 제니 파울러와 20년 간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한 마거릿 벵겔 선교사 등 두 명의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정치상황과 종교적 환경, 독특한 풍속 등을 두루 언급하며 당시 서방세계에는 낯선 동양의 선교지를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이들은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한국여성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사회적 발언권이 없는 여성들이 겪는 축첩제도, 교육에서의 소외 등 불평등한 현상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으로 변화된 한국의 여인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가능성도 기쁨으로 증언한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이 땅의 소녀와 부인들을 복음의 전령들로 세우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에 부흥의 불길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들이 선교비의 부족으로 사라지는 당시의 현실을 그래서 저자들은 몹시 속상해한다. 미국의 한 선교후원 모임에 참석해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의 소회를 읽다보면 그런 감정이 더욱 깊이 느껴진다.

“식탁에는 우리가 다 먹을 수도 없는 과일, 케이크, 파이, 고기, 채소 등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디저트를 안 먹고 절약한 1센트로 좋은 일을 하는 ‘디저트 안 먹기 협회’ 같은 것이 있으면 선교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도움을 받으면 우리가 여자성경학교를 짓기 위한 충분한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본문 중에서)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도 생색을 내는 데는 열심이지만, 실질적인 선교현장에 대한 관심과 절실한 부분에 대한 후원에는 인색한 모습이 행여 존재하지 않는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계속해 제2부 ‘조선감리회 해외선교회의 일꾼들’에서 메리 스크랜튼, 로제타 셔우드 등 한국 선교에 헌신한 43명의 여성 선교사들과, 이들을 도와 큰 활약을 한 김점동(박에스더) 김란사 등 두 명의 한국인 여성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부록에서는 이 여성사역자들이 이화학당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준 신앙적·역사적 가치들을 톺아보는 이종용 목사(전 이화여고 교목)의 ‘타자를 위한 존재들의 이야기’, 황동진 학예사(서울교육박물관)의 ‘우리나라 여성교육과 독립을 위해 살다간 자랑스러운 이화인’이 수록되어있다.

한국어판 번역자로 참여한 이인수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 고윤희 선교사(GBT)도 각각 ‘이화학당 최초의 한국인 여성교사 이경숙’과 ‘100여 년 전 조선은 과연 매력적인 나라였을까’라는 글을 통해 이 책을 우리의 시각에서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은 이화박물관에서 지난해 이화 출신 애국지사 김란사의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꺼진 등에 불을 켜라’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추진하던 중 원작의 존재를 알게 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협력망 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번역과 출간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화박물관 서은진 학예사는 “100여 년 전 이 땅을 찾았던 선교사들이 조선의 변화를 이끌어 간 성실함, 고난을 극복하는 힘, 인내심, 온화함 등의 마음을 지금 다시, 우리 안에서 회복해야 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는 책”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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