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태 목사의 오목조목 대구골목 이야기]

김광석길에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우리시대의 교회들에서도 세상을 감동시킬 문화가 흘러나오길 소망한다.
김광석길에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우리시대의 교회들에서도 세상을 감동시킬 문화가 흘러나오길 소망한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길…’, ‘또 하루 멀어져 간다….’  한 소절만 들어도 마음이 아련한 이 가사들은 대구 출신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이다. 흔히 김광석을 영원한 가객이라 하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로 여긴다. 20대는 ‘이등병의 편지’를, 3~40대는 ‘서른 즈음에’를, 노인이 되어서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즐겨부르니 말이다.

대구 수성교 옆에는 70년 된 방천시장이 있고, 그 곁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하 ‘김광석길’)이 있다. 2019-2020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고, 매년 14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다시 그리기’라는 길 이름은 중의적이다. 하나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다(miss), 또 하나는 김광석을 그리다(draw)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김광석길에는 김광석과 그의 노래에 대한 벽화가 가득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와서 골목을 걷고, 예쁜 사진을 찍고,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가는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길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될 뻔 했던 것을 아는가? 2009년 대구 중구청은 한 때 1000여 개에 이르던 시장 점포가 60여 개로 급격히 줄어든 방천시장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통영 동피랑벽화마을을 벤치마킹해서 지역의 문화공간을 꾸미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방천시장과 인연이 있는 유명 인사를 내세우기로 했다.

제일 먼저 거론된 이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었다. 김우중 회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살다가 한국전쟁 때 혼자 방천시장으로 내려와 신문팔이를 했고, 마침내 입지전적인 경영인이 된 인물이다. 두 번째로 거론된 사람은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출신의 양준혁 선수였다. 양준혁 선수는 방천시장에서 태어났고, 방천시장 내에 있던 아버지의 가방가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이 길을 기획할 당시 두 사람은 생존해있었고, 그 길을 채울 콘텐츠가 과연 관광객들의 만족을 채워줄지도 미지수였다. 결국 이 길의 이름은 대구 방천시장에서 태어나서 5살까지 살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방천시장 번개전파사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주인공의 이름을 따 김광석길로 낙점이 되었다.

만일 다른 사람으로 길 이름이 정해졌다면, 골목 입구에 기타 대신에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 혹은 대우그룹 로고가 붙어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김광석 길을 걸으면 문화의 힘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문화의 힘을 너무 간과하지 않는가?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교회에는 많은 문화가 있었고, 세상을 선도하는 힘이 존재했다. 교회에서 성극을 하고, 문학의 밤을 하고, 성탄절에는 새벽송을 돌았다. 과연 오늘날의 교회가 내세울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일까? 지금 혹은 앞으로 문화를 선도하는 사람을 키우고는 있을까?

지금도 김광석길에는 잔잔히 김광석의 노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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