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의 문화 한 입] 교회에서 좀비 영화 봐도 되나요?
[강도영의 문화 한 입] 교회에서 좀비 영화 봐도 되나요?
  • 박용미 기자
  • 승인 2020.03.23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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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좀비 사극 드라마 <킹덤>을 제작했다. 3월 초 공개된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은 전 세계 190개 국가에 27개 언어로 동시에 공개됐고,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세계 좀비 장르물 팬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좀비 장르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 여성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불편한 좀비에 장시간 몰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부산행>의 흥행 이후, 다양한 좀비 장르물로 변주되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좀비라는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킨 존재는 ‘좀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이다. 19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작품으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의 원형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로메로 감독의 영화 이전에도 좀비가 존재했으나 부두교의 지배 아래 있는 그들은 아주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은 <시체들의 새벽>(1978년)과 <시체들의 날>(1985년)까지 좀비 3부작을 통해 인간의 살을 탐하는 카니벌리즘을 정면으로 다뤘고 이후 만들어지는 모든 좀비 영화의 규범이 되었다. 당시 미국 교계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살을 탐하는 좀비의 행위를 예술로 인정하지 않았고 조지 로메로 감독과 그의 영화들은 엄청난 지탄을 면치 못했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조지 로메로 감독은 좀비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는 좀비를 두고 혁명에 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혁명은 세상의 흔들리고 모든 것을 리셋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근원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그의 좀비 3부작은 종교와 미디어, 제도화된 가족과 조직의 부패와 관행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68혁명 이후 기성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당대 젊은 세대에게 좀비라는 존재는 인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묻고 있던 것이다.

좀비 영화가 대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두 가지 대상은 제도와 가족이다. 가족이 물려서 좀비로 변하는 전개는 가장 예측 불허하고 또 잔혹하기 그지없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가 좀비가 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틀은 무너지고 가족애라는 허상도 함께 사라진다. 좀비가 된 가족의 배신은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또한 60년대 할리우드에서 흑인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90년대까지는 백인 일색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지 로메로 감독은 흑인을 좀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언제나 하층민으로만 등장했던 흑인을 새로운 유형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오히려 언제나 주인공이었던 백인을 아주 잔혹하고 폭력적인 캐릭터로 만들면서 기존의 제도와 규범을 와해시켰다.

좀비물에 대한 교회의 비판과 대응이 그저 인상비평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고 아쉬운 지점이다. 교회의 비판적 영화 보기의 깊이가 겉핥기에 그칠 때가 많은데 영화를 그저 설교의 보조 교재나 교회 전도의 도구 정도로 여기는 생각에 기인하는 것 같다.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제도화된 지금의 교회가 좀비 영화를 보며 불편해하는 이유는 해괴망측한 괴물의 모습과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것보다는 좀비 영화의 개혁 대상처럼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교회는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수용하지 못하는 편협한 종교 기관으로 남아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본연의 예언자적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의 나를 낯설게 보며 다시 한번 하나님 나라의 혁신을 말하는 전복적인 교회의 모습을 좀비 영화의 역설을 통해 꿈꿔본다.
<빅퍼즐 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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