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더풍성한교회, 엘림교회 헌신에 성장
“받은 은혜 기억하며 섬김사명 실천하겠다”

2008년 완공한 제주 더풍성한교회 예배당에는 고양 엘림교회 성도들의 눈물어린 기도와 헌신이 깃들어있다.
2008년 완공한 제주 더풍성한교회 예배당에는 고양 엘림교회 성도들의 눈물어린 기도와 헌신이 깃들어있다.

거의 15년 전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 세월은 까마득히 오래 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제주 더풍성한교회 이수철 목사에게는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고양 엘림교회가 베풀어준 사랑과 격려는 아마 이 목사 평생에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출신의 이수철 목사가 제주도에서 목회를 시작한 것은 1993년 서귀포동원교회에 부임하면서부터였다. 수도권과 전북지역에서 주로 사역했던 그에게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제주를 하나님께서 단독목회지로 맡겨 주신 것이다.

서귀포동원교회에서 사역은 행복했다. 11년 4개월을 시무하는 동안 교회 안팎으로 좋은 소문이 퍼져나갔고, 커다란 예배당도 건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목사 본인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찾아온 슬럼프와 매너리즘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며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새 출발을 해야 했다. 마음 깊은 데서는 다시 뭍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결국 제주에 뼈를 묻는 길이 주님의 섭리에 순종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2004년 서귀포시 동홍동에 더풍성한교회 개척을 착수하게 됐다.

신학교 동기 사이였던 더풍성한교회 이수철 목사(왼쪽)와 엘림교회 송유하 목사는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동역자가 됐다.
신학교 동기 사이였던 더풍성한교회 이수철 목사(왼쪽)와 엘림교회 송유하 목사는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동역자가 됐다.

개척교회 사역은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고단했다. 힘들게 교세를 키워가면서 어찌어찌 교회당 부지를 마련하고 건축을 위한 기반까지 마련했지만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까마득했다. 육지의 지인들에게 백방으로 수소문해보아도 사회 전체가 IMF라는 고통스러운 터널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도움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이 목사의 아내에게 갑상선암이 발병하는 시련까지 찾아왔다. 예배당 건축은 이대로 물거품이 되어버리나 하는 실망감에 사로잡힐 즈음. 뜻밖의 곳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고양 엘림교회 송유하 목사로부터였다.

신학교 동기이긴 해도 전라도 출신으로 제주에서 사역 중인 이수철 목사와, 경상도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사역 중인 송유하 목사 사이에 긴밀한 접점은 찾기 어려웠다. 학창 시절 배구를 함께 하며 좋은 콤비를 이루었던 추억이 사실상 유일한 친분이라 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강단에 올라가 기도만 하려하면 이수철 목사와 더풍성한교회의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겁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지요. 당시에는 저희 교회에도 적잖은 채무가 있었고, 또 새로운 건축까지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라 어려울 것을 뻔히 알았지만 기어이 교우들에게 더풍성한교회를 돕자는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연말 열린 더풍성한교회의 선교사 파송식 모습.
지난 연말 열린 더풍성한교회의 선교사 파송식 모습.

송유하 목사로부터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도 내심 큰 기대는 하지 못했던 이수철 목사에게 며칠 후 놀라운 소식이 찾아왔다. 엘림교회 성도들이 총액 1억 5000만원 가까운, 엄청난 수준의 후원약정을 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목욕탕에서 때 밀어주는 일로 번 돈을 건축헌금으로 보낸다는 등의 엘림교회의 온갖 사연들은 더풍성한교회 온 가족들을 그야말로 감동에 빠뜨렸다.

이에 힘입어 더풍성한교회는 2008년 6월 150평 규모의 어여쁜 예배당을 완공할 수 있었고, 입당식에는 엘림교회 교우들까지 대거 찾아와 기쁨을 함께 했다. 건축 이후에도 다음세대 사역 지원 등 엘림교회의 물심양면 협력이 이어지며 더풍성한교회는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후 12년 동안 전도에 열심을 품은 교회, 다음세대를 정성껏 키우는 교회로 명성을 퍼뜨리며 든든한 공동체를 이룬 더풍성한교회는 지난 연말 미얀마에 단독선교사 파송과 함께, 열방을 섬기는 강소교회로서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비전과 사명을 새롭게 했다.

“두 교회의 아름다운 동역이 앞으로도 한국교회 안에 모범적인 상생의 사례로 알려지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큽니다. 항상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더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가겠습니다.” 이수철 목사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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