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새 미디어 미래 투자·연대 강화 과제”

CCM, 젊은 예배팀 ‘위러브’ 감각적 행보 ‘관심’
영화, CBS와 커넥트픽쳐스 배급 흥행 ‘눈길’
공연, 명맥만 유지 속 광야아트센터는 ‘선전’

2019년 기독 문화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이 큰 사랑을 받았을까? 출판, 음반, 영화, 공연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올 한해 기독 문화계를 정리해본다.<편집자 주>

2019년 큰 사랑을 받은 책 &lt;5가지 사랑의 언어&gt;.
2019년 큰 사랑을 받은 책 &lt;5가지 사랑의 언어&gt;.

출판

2019년 기독 출판계는 스테디셀러 강화, 고전-인문의 부활, 신학의 확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5가지 사랑의 언어>(게리 채프먼/생명의말씀사)는 올해도 베스트셀러 1위(온오프라인 기준)를 기록했고, <천로역정>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같은 고전들이 크게 사랑받았다. 그중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글·그림:최철규/생명의말씀사)은 총 3권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5위(오프라인)에 오르는 큰 인기를 얻었다. 최승진 사무국장(한국기독교출판협회)은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은 타 출판사에서 이미 경쟁작들이 많이 출간됐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방송사와 연계하거나 강연회를 열고, 지역 서점에서 홍보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년 만에 다시 쓴 어? 성경이 읽어지네> 역시 오프라인 베스트 4위, 온라인 베스트 3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밖에도 <일 신학> <결혼신학> <장애인 신학> 등 깊이 있는 신학에 대한 책이 다수 출간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lt;만화로 읽는 천로역정&gt;.
&lt;만화로 읽는 천로역정&gt;.

매해 단행본 빅3로 불리는 두란노, 생명의말씀사, 규장의 활약은 올해도 이어졌다. 아쉬운 것은 작년에 비해 신규 출판사들의 베스트셀러 배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최승진 사무국장(한국기독교출판협회)은 “작년에 1인 출판사들이 월간 베스트를 넘어 연간 베스트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것에 비해 올해는 신규 출판사들의 진출이 거의 없었고, 비아, 비아토르, 아르카 등만 명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독 출판계는 서로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새로운 미디어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 관계자는 “저자와의 만남, 사인회, 강연 등등 각 출판사마다 하고 있는 행사들이 연대와 연합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소멸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또한 노후화한 인력으로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독 출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음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예배팀 위러브의 2020년 1월 공연 포스터.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예배팀 위러브의 2020년 1월 공연 포스터.

올 한해 CCM계는 ‘위러브’라는 독창적인 신인의 행보가 큰 관심을 끌었다. 2018년에 첫 앨범을 낸 위러브는 20대 젊은 층으로 구성한 예배팀으로, SNS를 통한 소통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다음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0월 광주예배 티켓 600장, 12월 대전예배 티켓 1200장이 5분 안에 매진됐으며, 내년 1월에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두 차례 예배를 드릴 정도로 성장했다. 기존 CCM이나 음반의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가 젊은 세대에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명식 찬양사역자는 “위러브는 그동안의 예배팀과 달리 정기예배도 없고, 고정된 예배장소도 없다. 마치 마당극처럼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도 없다. 티켓도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한다. 기성세대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활동”이라며 “이런 젊은 세대들의 아이디어가 침체된 CCM계에 신선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수지, 한웅재, 이길승, 강찬, 조준모 등 ‘올드보이’들이 새 앨범을 들고 귀환한 것도 올해 CCM계의 특징이다. 또한 제닛시, 인사이드아웃, 브리딩워십 등 개교회 예배팀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개교회 예배팀들이 교회 부서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힐송과 같은 미니스트리로 성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명식 찬양사역자는 “개교회 예배팀들이 예배음악에 재투자하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Worship&Creative art ministry’ 시스템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CCM계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독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lt;천로역정&gt;.
기독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lt;천로역정&gt;.

영화

2019년 기독 영화계는 CBS와 커넥트픽쳐스의 선전이 눈에 띈다. CBS가 배급한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관객 수 29만6418명을 동원하며 기독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CBS는 <북간도의 십자가>로 흥행 순위 5위에도 랭크됐다. 커넥트픽쳐스가 배급한 <교회오빠>는 관객 수 11만758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1919 유관순> 4위는 <아픈 만큼 사랑한다>였다.

이밖에도 전형적인 기독 영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독교적 내러티브와 은유가 담긴 <행복한 라짜로>나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은 <헤로니모>, 가스펠 콘서트 실황을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이 관객들을 만났다.

2위 &lt;교회오빠&gt;.
2위 &lt;교회오빠&gt;.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는 “<천로역정>의 경우에는 고전에 대한 사전 인지와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 단체관람까지 맞물려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교회오빠> 역시 고 이관희 집사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1919 유관순>이나 <북간도의 십자가>는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체 기독 영화는 개봉 편수가 적지만, 올해는 특별히 <천로역정> 외에는 해외 기독영화 개봉이 전무했다. 성현 목사는 “국내 기독 영화 관객들이 보수적이고 다큐나 실화 재현에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에서 국내에 영화를 배급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창작영화를 만들고, 비평적 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국내 기독 영화의 외연이 확대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단 광야가 올린 뮤지컬 &lt;루카스&gt;.
극단 광야가 올린 뮤지컬 &lt;루카스&gt;.

공연

올해도 기독 공연은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있는 광야아트센터(뮤지컬 4편, 콘서트 1편)가 주목을 받았다. 광야아트센터는 올 한해 198회 공연을 통해 총 관객 3만4000여 명, 유료관객 3만1000여 명(가결산)으로 90%가 넘는 유료 관객 비율을 기록했다.

일반 공연시장처럼 기독 공연계도 뮤지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극단 광야의 <요한계시록> <루카스> <더 북;성경이 된 사람들> <온 세상의 하나님>을 비롯해, 올해 지병으로 소천한 김동천 대표가 운영하던 극단 예배자의 <라면에 파송송>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밖에도 <메리골드> <바보사랑> <베드로> 등이 꾸준하게 관객들과 만났으며, 일반 시장이지만 기독교 고전을 뮤지컬로 만든 <벤허>도 흥행에 성공했다.

극단 예배자의 &lt;라면에 파송송&gt;.
극단 예배자의 &lt;라면에 파송송&gt;.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은 없었지만 국내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별히 합창 콘서트가 두드러져 빅콰이어, 헤리티지, 옹기장이 등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윤성인 대표(광야아트센터)는 “국내 기독 공연계는 유의미한 통계 등 현 상황을 알고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지속성과 저변 확대를 통해 건강한 공연 문화가 재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쩌면 기독공연의 뿌리라고 할 수 있었던 ‘문학의 밤’과 같이 대중문화예술인들을 발굴해내는 토대가 다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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