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욱 교수(총신대학교)

유정욱 교수(총신대학교)
유정욱 교수(총신대학교)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총회 이후에 총신의 종전 이사회를 둘러싼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제102회 총회와 제104회 총회는 판박이다. 두 총회는 총신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렵게 마련된 용서와 화합의 장이었다. 그러나 그 훈훈함이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연이은 배신과 좌절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총신의 전 이사회는 익산 ‘기쁨의 교회’에서 개막된 제102회 총회에서 불법적 정관변경을 숨긴 채 화합의 손길을 내밀었다. 또 ‘충현교회’에서 개막된 제104회 총회에서는 법적 소송을 밑바탕에 깔고 사죄의 현장에 섰다. 이는 총회와 전국 목회자 및 성도를 기망하는 것을 넘어, 과연 은혜롭고 충성스러운 종이자, 어질어야 할 목회자의 진정한 사과이며 화합의 자세로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전 이사회에서는 화해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기에 정관을 변경해 두었다거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지만, 다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에 불과하다는 주관적 판단이다. 연유가 그러했다면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총회 폐회 이후에 정관변경의 원상회복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최악의 총신사태를 유발하였다. 이로 인해 진정성은 사라지게 되었고, 혹자는 주군처럼 따르는 이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데 일조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우패한 나머지 총신대 정상화의 길에 이바지한 참으로 고마운 엑스맨이 되고 만 격이다.

지난해 8월경, 전 이사회의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연이어지고 이로 인해 학내사태는 진정의 기미가 없었기에, 소송 불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만난 이사 중 한 분은 교육부의 처분이 너무나 과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유인즉 이사회가 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요 사안별로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나름 노력하였는데 이를 선별하지 않고 무더기 처분을 받아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지만, 이사회는 한 개인이 아니고 연대성을 갖는 공동체라는 사실임을 확실히 하여야 한다.

우리 개개인이 소중이 여기는 명예란 이름 석 자이다. 자신의 삶 전반에 붙여지는 상징이다. 이를 위해 각 개인은 평생을 자중하며 의와 선을 향해 노력하며, 그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러나 우리는 총신사태를 겪으면서 너와 나를 구분치 않고 치욕스러운 불명예의 낙인이 찍혔다. 100여 년간 소중하게 지켜온 총신 공동체의 명예가 누구의 탓이라 변명할 여지도 없이 추락한 것이다. 이를 하루라도 빨리 치유하고자 마련된 것이 총신사태조사특별위원회이다.

이러한 연유로 제104회 총회에 거는 기대가 있었다. 위원회의 활동으로 총회 현장에서 전 이사회가 과오를 인정하고 총회와 협력하여 총신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 명예가 회복된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실추된 명예가 함께 회복되는 상생의 길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미 회복된 명예를 버리고 굳이 사회법을 활용하며 스스로 오명을 쓰겠다는 선택 앞에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명예회복이란 결코 스스로의 노력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의해서 인정되어야 한다. 총회를 통해서 이미 인정되고 회복된 명예이다. 십자가 아래에 놓인 우리의 최종적 명예는 법률적 판단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는 명예가 되어야 한다. 아니, 명예가 아닌 영예의 추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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