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성 장로(안동옥동교회)

권택성 장로(안동옥동교회)
권택성 장로(안동옥동교회)

한국 시골로 장가 온 영국기자 마이클 브린은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의 회장을 맡아 국내에서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쓴 책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30가지가 넘게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 IQ가 105를 넘는 유일한 나라, 문맹률 1% 미만인 유일한 나라,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나라, LPGA 상위 100명 중 30명을 차지한 나라,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을 발톱의 때만큼도 안 여기고 세계 4대 강국들을 우습게 아는 배짱 있는 나라,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 최고인 나라 등 세계가 부러워할 긍지를 가져도 좋을 우수한 나라라고 했다.

세계는 이런 부분 말고도 우리나라를 경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독교를 스스로 받아들인 민족, 최단기간에 국민의 20%가 크리스천이 된 나라, 세계 2위의 선교사 파송국, 새벽기도회가 있는 유일한 나라 등 신앙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수한 우리 민족이지만 마이클 브린은 부패와 조급성, 당파성을 지적받는 나라라고 꼬집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많은 진보를 이뤘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공직선거에서 부정을 막기 위한 장치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 교단과 산하 기관 선거 풍토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솔직히 낯 뜨겁고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먼저 교단선거의 후진성은 단연 금권선거이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금권선거가 수위를 넘자 교단은 지난 2000년 제85회 총회에서 금권선거와 선거과열방지 명분으로 ‘제비뽑기 선거 제도’를 도입했다. 2012년 제97회 총회에서는 절충안으로 ‘선 제비뽑기 후 직선제’를 도입해 총회임원을 선출했다. 그동안 제비뽑기 제도는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도덕성과 역량 면에서 문제가 있는 인사가 총회장으로 뽑히면서 교단의 위상을 추락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제대로 검증도 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나자 선거제도에 대한 반발이 강했다.

하지만 제비뽑기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금권선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대안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제102회 총회는 정치부 중간보고로 총회임원 선거를 완전직선제로 시행해야 한다는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금권선거를 막기 위해 도입했던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17년만에 완전폐지하고 다시 ‘직선제’를 선택했다. 직선제 이후 지난 선거에서 ‘삼당이락’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온갖 금권선거 소문에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들게 했다.

아무리 좋은 인물이라도 돈을 쓰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는 사고가 팽배한 것을 볼 때, 세상선거보다 더 부패한 교단선거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까 염려가 된다. 혹자는 나라의 선거 사범에 대한 처벌처럼 교단선거에도 금품수수자는 받은 금액의 50배를 물게 하고, 공여자는 즉시 의법처리 하는 등 강력하게 다스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선거철에 한몫 챙기려는 선거브로커들, 역량이 안 되는 사람의 명예욕을 자극시키고 부추겨 그 사람의 당락보다는 자기 주머니를 챙기려는 자들의 극성은 뜻 있는 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두 번째 교단선거의 후진성은 파당을 짓는 형태에서 드러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우리 교단에 무슨 단체가 그렇게도 많은 지 선거기간 중 거의 매일 이 지역, 저 지역 불려다니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인물보다 지연, 학연을 이유로 뭉치는 것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리고 후보자는 일정기간 어떤 모임이든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제약이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당선되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지 정당하게 홍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거 공보물을 보내고 있는 공직선거처럼 교단 내 총회와 기관들의 선거도 유권자들이 객관적으로 후보자를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 공정하게 관리를 해야 할 선관위도 권한을 남용해 입후보자들을 압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신앙인이 두려워할 것은 하나님께서 불꽃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있다면 어떻게 불법을 행하고, 파당을 짓고, 금전이 춤을 추고, 흑색선전과 중상모략이 횡행할 수 있겠는가. 부정선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제비뽑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선거의 계절에 차분하게 돌아보자. 그리고 돌이키자. 만약 지금 시급하게 돌이키지 않으면 에스겔 시대의 긍휼없는 하나님의 진노가 어찌 우리에게 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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