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작가 (〈내가 왜 믿어야 하죠?〉) 저자

김재욱 작가 (〈내가 왜 믿어야 하죠?〉) 저자
김재욱 작가 (〈내가 왜 믿어야 하죠?〉) 저자

요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규제를 통해 민심을 자극하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에 대한 반발인데,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평화헌법을 개정해 대륙을 향한 야욕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아베는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었으나 개헌 선까지는 못 미치는 절반의 성공, 현실적으로는 정권의 후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 등의 수출 규제를 금지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즉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에 나섰다. 국민으로서 당연한 분노다. 다만 이런 때 크리스천은 일부 불신자들처럼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 가라앉아 버렸으면 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니느웨를 등지던 요나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은 적반하장으로 혐한 정서를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양심 세력도 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는 학자들도 있고, 조상을 대신해 사죄하는 이들도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먼저 밝혀낸 것도 일본 학자였다.

일본은 골목마다 사당을 모셔놓고, 신사를 만들어 인간을 숭배하는 등 온갖 잡신을 섬기고 있다. 반면에 0.5%를 넘지 못하는 극소수의 기독교인들은 그 믿음이 매우 투철하고 열정적이라고 한다. 어둠이 깊은 만큼 빛이 선명한 원리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을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민족적으로는 영영 그들을 용서할 수 없을 테지만, 조금 뒤로 물러서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시선이다. 그분이 주신 양심과 지혜, 그리고 그분을 닮은 성품은 당장의 문제들을 넘어선다. 하나님의 뜻은 수출규제나 불매운동에 있지 않고, 오직 천하보다 귀한 인간의 영혼에만 머문다. 우리 민족을 도륙한 자들이지만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뿐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도 피를 흘려주셨다.

1964년 아사히신문의 1000만 엔 문예공모전에서 <빙점>으로 당선한 작가 미우라 아야코. 1999년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그녀가 진리를 깨닫고 남긴 많은 말들은 작품 속에 남아 있다. 아야코는 일본의 전쟁을 옹호하던 평범한 교사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군국주의의 기만성을 깨닫고 7년 교직생활을 떠났다. 남편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된 뒤로도 전쟁 시대로 회귀하려는 일본 사회를 향해 평화를 외쳤고,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아야코는 남편 미우라 미쓰요의 월급만으로 생활이 어렵게 되자 잡화점을 열었는데 장사가 너무 잘되어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였다. 그러자 미쓰요는 물건 수를 줄이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모자라 손님들에게 다른 상점들을 이용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하며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이웃을 위해 스스로를 ‘불매’한 것이다.

아야코는 남편의 오지랖(?)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바로 ‘원수를 사랑하는’ 길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미쓰요는, 우리는 망해도 둘뿐이고 내 월급이 있으니 굶어 죽진 않지만, 부양가족이 많은 다른 상점들은 반드시 잘 돼야 한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미쓰요가 이웃에 조선인 상점이 있다고 해서 거기만은 망해야 한다고 했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일본제품 불매는 각자 판단해서 할 일이다. 다만 크리스천은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며, 민족과 혈통 역시 잠시 소유하는 것임을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다.

일본인이어도 크리스천이면 주님 안에 한 지체다. 한국인이라도 구원받지 못하면 영영 함께 살지 못할 이방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지만, 자신의 진짜 소속을 잊은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위험한 혐오론자요, 폭력적 민족주의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주님의 긍휼과 지혜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