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3회 총회 기간 내내 모든 총대들은 총회준비위원회가 준비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외부 식당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었고, 밥값을 따로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총회총대들을 위하여 몇몇 교회들이 기쁨으로 헌금을 했기 때문이다. 식사시간을 앞두고 회의장 화면에는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의 이름이 표시되었고, 모두가 감사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았었다. 1000만원 정도 필요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교회들의 헌신이 돋보였다. 그리고 그 많은 식사를 준비한 정성어린 봉사자들이 고마웠다. 총회에 와서 이런 방식의 식사는 처음이었다.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총대들은 식사를 위한 경비와 시간 모두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104회 총회가 다가오는 즈음, 바로 이 좋았던 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밥 잘 먹고 뒤늦게 체기가 나타난 것인지, 이 밥값 문제가 총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의 한 가지 이유가 되고 말았다. 벌써 10개월이 지나 다음 총회를 위한 준비위원회가 발족하여 준비 중인 시점에서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우리 총대들은 당시 매우 비싼 밥을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식사를 위해 거액을 헌금해 준 여러 교회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식탁에 앉았던 기억이 바뀌고 말았다. 엄청난 비용이 이렇게 청구될 줄 몰랐는데 매우 비싼 밥이었다는 느낌이 이제야 드는 것은 무슨 일일까?

어떤 이유로든 순수한 섬김을 왜곡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식탁을 준비하기 위하여 총회준비위원회는 발로 뛰었다. 그렇지 않아도 봉사할 일이 많은 총회장소를 제공한 교회에서는 수많은 봉사자들이 주방에서 땀을 흘려야 했다. 누가 보든, 그리고 아무리 오래 생각해도 박수 받고 아름다운 일로 기억되어야 할 귀한 헌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런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전에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우리 총회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총회 발전에는 매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설퍼 보이거나 무모해 보여도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로 인해 역사는 발전했다. 혹시 실책으로 기록되더라도 의도가 좋았다면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부디 좋은 일은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첫 발을 떼는 것을 주저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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