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문화법인 ‘문화목회와 공간’ 간담회
유현준 건축가 “단절된 집회공간, 활짝 열어라”

유현준 건축가는 일본 빛의교회(왼쪽, 출처=나무위키)와 미국 MIT 채플(가운데, 출처=박영우 건축가 블로그) 등을 예로 들며 한국교회가 획일화 된 건축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교회 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송도예수소망교회는 주일에는 예배당, 주중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인 셰익스피어하우스(오른쪽)를 만들어 교회 공간 활용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현준 건축가는 일본 빛의교회(왼쪽, 출처=나무위키)와 미국 MIT 채플(가운데, 출처=박영우 건축가 블로그) 등을 예로 들며 한국교회가 획일화 된 건축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교회 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송도예수소망교회는 주일에는 예배당, 주중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인 셰익스피어하우스(오른쪽)를 만들어 교회 공간 활용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건물 없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교회, 주말에만 복잡하고 주중에는 찾는 이 없는 교회를 탈피해 학교, 카페, 공유 오피스 등에서 예배를 드리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많아졌다. 교회 공간은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건물을 짓게 된다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건축을 해야 할까? 목회자들이 유현준 건축가(홍익대 교수)와 함께 교회 공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림형석 목사) 산하 총회문화법인(이사장:조건회 목사)은 6월 18일 서울 필동 한국의집에서 ‘문화목회와 공간’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교회가 매력적”

문화목회와 공간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유현준 건축가.
문화목회와 공간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유현준 건축가.

유현준 건축가는 1970년대 교회부흥의 건축적 배경을 ‘상가교회’로 꼽았다. 보증금만 있으면 바로 교회를 세울 수 있었고, 집 앞에 있는 교회는 거리적으로 친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는 “온돌 문화였던 한국의 전통 집들은 대부분 단층이다. 그러다 난방시설이 발달하면서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대도시가 만들어졌고, ‘상가’라는 독특한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종교를 인간의 공간으로 들어오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유 건축가는 “불교만 봐도 도시와 떨어져 있는 산 속에 절이 있다. 반면 상가교회는 삶의 터전 옆에 있다. 종교와 도시 사이의 경계가 없어진 것”이라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 성막 휘장이 찢어지면서 제사장이 아닌 우리도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듯이, 상가교회는 성도들을 쉽게 예배의 장으로 초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아파트의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한 상가교회들은 금방 대형교회로 변했다. 대형교회들은 거룩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대다수는 비슷비슷한 형태로 건물을 지었다. 삶의 터전 옆에서 성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던 교회는 너무 거대해져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유현준 건축가는 “교회 건물들이 ‘거대한 실내 집회 공간’에 머물러있다. 멀리 떨어진 사찰들은 오히려 지나가는 누구나 들어가서 둘러보고 주변을 즐기기 편하다. 반면 지금의 교회는 주변과 단절되어 있다. 교회는 누구나 초대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카페 찜질방 노래방 PC방 등이 활성화되어 있다. 무료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도 단순히 음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파는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는 “교회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야 매력적이다. 화장실을 개방하는 것도 좋고,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좋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머물다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전 국민의 60%가 아파트라는 똑같은 공간에 사는 대한민국에서 교회가 다양성을 추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빛의교회, 미국 MIT 채플, 핀란드 템펠리아우키오교회 등을 예로 들며 “획일화는 현대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교회에 방문한 사람들이 사랑받는 느낌, 화목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 건축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인간관계 중시하는 교회 공간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의 다양한 사례도 소개됐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는 교회가 △통합의 공간 △공공의 공간 △미학의 공간 △대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도시화가 90% 이상 진행됐다. 도시는 전체가 거대한 몰(mall)이 되었다. 관계성보다 소비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 공간은 사귐을 중요시하는 ‘타인과 더불어 사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가정식 카페 분위기로 함께 손뜨개 작품을 만드는 레이첼의 티룸, 가난한 공연 제작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간을 대여해주는 스페이스 아이, 선교사들이 머물면서 교제하고 쉴 수 있는 장신대 온하우스,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주중에는 대관장소로 쓰는 셰익스피어하우스 등이 교회 공간의 탁월한 활용 사례로 꼽혔다.

오동섭 목사는 “성경에 보면 바울이 자신의 셋방에서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영접하고 하나님 나라를 전파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작은 셋방이 하나님 나라의 공간으로 바뀐 것”이라며 “교회를 사귐의 공간,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어 도시선교활동의 중요한 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자”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