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용한 목사의 옥수동 소나타]

‘배달의 민족’ 대표 김봉진 집사는 우유 배달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배달의 민족’ 대표 김봉진 집사는 우유 배달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2012년 12월경이었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사무실을 확장할 때마다 예배를 꼭 드렸는데, 예배 후 그가 불쑥 나에게 “목사님! 앞으로 우유 배달의 비용은 제가 모두 내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회사가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고 수익이 펑펑 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나는 그에게 “나중에 회사가 흑자로 전환될 때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쉽게 뜻을 꺾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10년 전 내가 우유 배달 사업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여러분 중에 반드시 이 일을 위해 헌신할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교인들에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김봉진 대표는 그 말이 꼭 자기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한다. 그는 그 때 “지금은 못하지만 나중에 사업을 시작하면 흑자든 적자든 꼭 우유 배달은 내가 후원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당시 회사는 적자였지만 그의 뜻을 꺾기는 어려워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 때로부터 그는 회사가 어려운 중에도 처음 1년간은 우유배달 후원금으로 매달 300만원씩을 보내더니, 1년 후에는 200만원을 더해 500만원씩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후원 덕분에 아침마다 우유를 받는 독거노인은 옥수동, 금호동을 넘어 성동구에까지 250명으로 늘어났다.

김 집사의 부모는 조그마한 식당을 경영하는 가난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그 고된 생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집회에 출석하는 신앙이 뜨거운 분들이었다. 특히 피곤함 중에도 새벽마다 교회에 나와 4명의 아들들을 위해 많은 눈물을 뿌려 기도했다. 여러 아들들 중 막내아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내가 옥수중앙교회에 부임할 당시 20대였던 막내아들은 결혼할 때 내가 주례를 맡았고, 회사를 개업하고 확장할 때마다 매번 감사의 예배를 먼저 드리던 신실한 믿음의 청년 김봉진이었다. 이제 그는 옥수중앙교회 안수집사가 되었다. 회사의 정식 이름은 ‘우아한 형제들’. 몇 년 전부터 TV와 신문에서 눈에 띄는 광고 문구로 등장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그리고 입에 착 감기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배달의 민족’. 바로 그 유명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이가 김 집사이다.

김 집사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특별히 우리 교회가 하는 우유 배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자기 교회에서 벌이는 구제 사업 때문이란 점도 있었지만, 본인 역시 가난하게 자라왔기 때문에 궁핍한 이들의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란 이름도 ‘우유 배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김 집사는 회사 이름으로 우유 배달 후원에 직접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여유 돈만 생기면 여러 차례 우유 배달을 도왔다.

그는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직접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2016년 봄에는 자동차 광고 촬영을 했는데 광고 모델료 전액을 후원금으로 가져왔다. 지금은 매달 1000만원 이상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12월 31일에는 20억 원을 기부하기도 한 믿음의 사람이다.

김 집사는 우유 배달 사업을 대외적으로 확장하는 데도 큰 역할을 감당했다. 그는 사업차 알게 된 많은 기업가들에게 오며가며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사업을 소개하였고, 이에 감동받은 여러 기업가들이 후원자로 동참했다. 우리 사단법인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그의 수고 덕분에 연결된 회사들이다.

김 집사가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목사님! 우리에게 후원하는 회사들이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왜요?” “회사들이 보통 어린이들을 돕는 일이나 뉴스거리가 되는 곳에 후원하지 고독사 방지 같은 어두운 느낌의 사업에는 후원을 잘 하지 않거든요.” 듣고 보니 이해가 되고 후원 회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커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독거노인은 후원받는 일에도 순위가 밀리는구나 싶어 씁쓸했다.

김 집사는 나에게 고마운 후원자이기에 앞서 든든한 동역자다. 김 집사 사무실에서 개업 예배를 드릴 때, 나는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야곱의 축복’을 자주 설교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보호하심, 인도하시며 포기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김 집사가 앞으로도 이 말씀의 축복과 약속을 붙잡고 가기를 늘 기도하고 있다. ‘우유배달과 배달의 민족!’ 하나님이 허락하신 아름다운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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