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를 죄라고 규정한 지 66년 만에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의사 모 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명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다만 시행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안을 개정토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를 견지해 왔다. 또한 합헌 당시 결정문에서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8년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의 주체가 되고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고 명확히 해왔다. 그런데 낙태죄를 합헌이라고 판결한지 7년 만에 다시 위헌으로 뒤집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론에 떠밀려 중요한 판결을 쉽게 내리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과 생명윤리 단체들은 대부분 이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 인권의 이름으로 생명권이 제한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강력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예장합동(총회장 이승희 목사)도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인간의 존엄성과 태아의 생명권을 무너뜨리는 행위로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결과 국회의 대체입법 과정을 주시하겠다면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태아를 생명체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태아의 생명을 훼손할 수 있게 만든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심히 유감이다. 헌법의 기본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도 중요하지만 형성 중인 생명도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모든 생명체는 고귀하다는 것을 깨닫고, 낙태 예방교육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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