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따라 새 법안의 ‘결정가능기간’ 내용에 관심
교계 “정치가 생명 이겨” 비판 속 “위헌 소송 제기, 태아생명 기본권 지킬 터” 강조

낙태죄 위헌소송 판결을 진행한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낙태반대운동연합 생명운동연합 등 낙태반대 단체 회원들이 11일 태아의 생명권 존중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낙태죄 위헌소송 판결을 진행한 헌법재판소 청사 앞에서 낙태반대운동연합 생명운동연합 등 낙태반대 단체 회원들이 11일 태아의 생명권 존중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형법 제269조 1항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과 270조 ‘낙태를 시행한 의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 조문이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결정했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헌법 불합치 또는 단순위헌을 결정했고, 2명만 합헌에 손을 들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낙태죄가 헌법을 위반한다는 ‘위헌’이 아니라 ‘불합치’로 결정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을 위해 낙태죄의 정당성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태아의 생명권과 함께 임신한 여성의 상황과 권리도 중요하다고 여겼다. 재판관들은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유전적 질병, 강간, 혈족(근친)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 임신 24주 이내에 임신중절수술(낙태)을 허용’(모자보건법 14, 15조)하고 있다. 헌재는 이렇게 포괄적으로 낙태를 금지한 것이 “여성이 자신의 생활과 삶의 방식에 대해 자율적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자기결정권)를 제한하고 있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에 여성이 임신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결정가능기간)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사유 외에도 학업, 직장생활, 저소득, 미성년, 다자녀 등 사회활동과 경제문제로 임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낙태죄로 실제 형사처벌 받는 사례가 드물다 ▲낙태 전면 금지가 오히려 낙태예방을 위한 상담이나 교육을 불가능하게 한다 ▲낙태 수술로 의료사고나 후유증이 발생해도 법적인 구제를 받기 어렵다 등을 헌법 불합치 결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새로 마련할 낙태금지법의 핵심은 임신유지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 곧 ‘결정가능기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가능기간’도 제시했다. 4명의 재판관은 ‘임신 22주부터 태아의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는 산부인과 학계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을 결정가능기간으로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3명의 재판관은 ‘임신 14주까지 어떤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기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생명윤리 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에 “여론이 자연법칙을 이기고, 정치가 생명과학을 이겼다”며, “법을 바꾼다고 해서 낙태하면 아기가 죽는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헌재가 언급한 결정가능기간에 대해서도 “의학기술의 발달로 임신 6주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다”며, “헌재의 결정과 상관없이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새로 마련할 낙태 관련 법에 대해서, 다시 헌재에 위헌소송을 제기해 태아생명의 기본권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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