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구 교수 “창세기 저자, 톨로도트 형식에 ‘선택과 배제’ 과정 반복하며 주요 메시지 형성”
성기문 교수 “제물 태워 향기와 연기 피우는 것은 ‘하나님께 열납됐다’는 사실 확인 효과”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회장:이한영 교수)가 3월 9일 더사랑의교회(이인호 목사)에서 제38차 정기학술논문발표회를 가졌다. 이번 발표회에는 구약의 톨레도트 양식과 레위기 제사에 나오는 번제의 의미에 대한 발제가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강화구 박사(고려신학대학원 외래교수)는 ‘오경에 나타난 톨레도트 양식 연구’를 주제로 창세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톨레도트(또는 족보)를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첫째, 톨레도트에는 짧은 족보 목록이 따르는 경우와 긴 이야기 단락이 나오는 경우가 있음을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전자의 족보 목록을 포함하는 톨레도트 양식은 아담의 톨레도트(창 5:1-6:8), 노아의 아들 셈, 함, 야벳의 톨레도트(창 10:1-9), 셈의 톨레도트(창 11:10-26), 이스마엘의 톨레도트(창 25:12-18), 그리고 에서의 톨레도트(창 36:1-8과 창 36:9-37:1)로 6개다. 반대로 후자의 긴 이야기 단락이 뒤따르는 톨레도트는 하늘과 땅의 톨레도트(창 2:4-4:26), 노아의 톨레도트(창 6:9-9:29), 데라의 톨레도트(창 11:27-25:11), 이삭의 톨레도트(창 25:19-35:29), 그리고 야곱의 톨레도트(창 37:2-50:26)로 5개다. 이야기 성격을 가진 후자의 톨레도트들이 창세기 내용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성기문 교수(사진 가운데)가 ‘제물을 번제단에 태운 이유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성 교수는 레위기 제사에서 제물에 안수하는 것은 제사자와 제물을 동일시하는 의미이며 내성소에서는 태우지 않고 향을 내는 것은 향이 고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성기문 교수(사진 가운데)가 ‘제물을 번제단에 태운 이유에 대한 고찰’이란 제목으로 발표하고 있다. 성 교수는 레위기 제사에서 제물에 안수하는 것은 제사자와 제물을 동일시하는 의미이며 내성소에서는 태우지 않고 향을 내는 것은 향이 고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족보를 포함하는 톨레도트를 직계 톨레도트와 방계 톨레도트로 나누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직계 톨레도트는 아담 톨레도트(아담~노아)나 셈 톨레도트(셈~아브라함)뿐이다. 아담과 셈의 톨레도트는 모두 열 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대에서 단 한 명의 자손만 언급하다가 마지막 가계에 이르러 세 사람을 언급하는 특징을 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다음 톨레도트에서 중심인물이 된다. 또 둘은 기술하는 형식도 유사하다. 반면 방계 톨레도트는 창세기에서는 중심인물에서 배제되는 족보라고 말할 수 있다. 셈, 함 야벳의 톨레도트, 이스마엘의 톨레도트, 에서의 톨레도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올 족보의 주인이 되는 인물 앞에 위치하면서 하나님의 약속의 씨라는 중심 주제에서 멀어지는 사람들로써 이후 내러티브에서 배제된다.

강화구 박사는 “이처럼 창세기 저자는 창조로부터 하나님의 언약 백성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 이르기까지 톨레도트를 통해서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반복함으로 창세기의 주요한 메시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셋째 구문론적으로 톨레도트 양식이 독립절과 등위절로 구분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립 톨레도트는 하늘과 땅, 아담, 노아, 셈, 그리고 야곱의 톨레도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접속사 바브의 존재는 앞선 이야기와의 관련성을 더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독립절의 경우 구문론적으로 독자들에게 앞으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임을 알린다. 강화구 박사는 “이런 점을 염두할 때 족장시대를 데라의 족보가 시작되는 창 11장 27절이 아니라 셈의 족보가 시작되는 11장 10절로 보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강 교수는 민수기 12번이라는 많은 수의 톨레도트가 나온다는 점을 거론하고, 또한 12번 중 유일하게 민수기 3장 1절에서만 창세기의 주요 특징인 ‘톨레도트 양식’이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서 주목했다. “특히 아론과 모세의 톨레도트(민 3:1~4)에서 아론이 모세보다 앞서 언급된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밝혔다. 강 교수는 족보와 관련된 문맥(출 6:20; 민 26:59)에서만 ‘아론’, ‘모세’ 순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톨레도트가 천지의 톨레도트(창 2:4)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수기 저자가 이스라엘의 종교적 의식을 행할 제사장과 그들을 돕는 레위지파의 역할을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시키려 했기 때문이며, 그 역할은 첫 사람 아담이 실패했던 에덴의 사명이었다고 해석했다.

성기문 교수(웨스트민스터신대원대 외래강사)는 ‘제물을 번제단에 태운 이유에 대한 고찰’에서 최근 학계 일부에서 레위기 제물의 안수가 죄의 이동이라고 보는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성 교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제물인 고기를 태우면 제물로 이동된 죄도 태워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물에 안수를 하는 것은 죄의 이동이 아니라 제물과 나를 동일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경은 제물에 대해서 태워서 향을 낸다고만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내성소에서 이뤄진 제사행위를 생각해 봐도 제물을 바치는 방식은 태워서 향을 내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성경을 보면 회막 문 앞에서는 제물을 태우지만 내성소와 지성소에는 고기를 가지고 들어가서 태우는 것이 아니라 피만 가지고 들어갔다. 내성소에 들어가서 향단에 향을 피우고 제물의 피를 뿔에 발랐던 것이다. 번제단에서 고기를 태워 향을 내고 피를 뿔에 바른 것과 유사하다.

성 교수는 지성소에 고기를 태우지 않고 피만 가지고 들어간 것은 다른 특별한 뜻이 있다기 보다 그곳에서 환경적인 이유로 고기를 태울 수 없었고 또한 향이 고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내성소에 피만 가지고 가는 것은 심각한 죄를 속죄하려는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말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에서는 제물안수가 죄의 이동이라든지 내성소에서의 피 제사가 더 중한 죄를 속죄하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없고 다만 “성경은 제물은 태워 향을 낸다, 그리고 그 향을 하나님이 흠향하시고 흠없는 제물은 받으셨다로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제물을 태우거나, 제물을 태울 때 기름이나 향을 함께 넣어 향기를 피우는 것은 하나님뿐 아니라 제사에 참여하는 이에게도 후각적 시각적 효과도 가져다 준다고 해석했다. 즉 성막 밖에서 대기하는 백성들은 향기와 연기를 통해서 자신이 드린 제물이 하나님께 열납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제물들은 번제단에서 태울 때에 일관되게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제물을 받으시는 향기와 음식의 기능을 수행했다”면서 “구약시대에 드려진 제물이 향기를 냈다는 것은 오늘날 성도들이 자신을 산 제물로 드려 향기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레위기는 그리스도의 속죄사역, 예배의 참 모습, 신자의 헌신된 삶을 가르쳐주는 중요한 성경”이라면서 “설교자들을 레위기 말씀의 전문가로 훈련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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