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독교 지도자, 한국교회 찾아 무릎 꿇고 과거사 사죄

100세를 앞둔 목회자가 단상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뒤에 선 20명의 목회자와 성도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부디 일본이 저지른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눈물로 용서를 구하면서 그대로 엎드렸다.

소강석 목사와 새에덴교회 장로들은 단상에 올라 일본 목회자와 성도들을 일으키며 얼싸 안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도들은 찬송 <사랑하는 주님 앞에>(220장)를 부르며, 한국과 일본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한 형제임을 확인했다.

한일(일한)친선선교협력회 소속 일본인 목회자와 성도들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96세인 오야마 레이지 목사(도쿄성서그리스도교회)를 비롯한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한국 교회와 사회 앞에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했다.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은 “일본의 과거 침탈을 깊이 사죄합니다. 이젠 됐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오야마 레이지 목사(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이 2월 27일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사죄와 화해 선교협력을 위한 예배’에 참석해 한국 성도들에게 일제강점기 침탈과 역사왜곡을 사죄하고 있다.
오야마 레이지 목사(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이 2월 27일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사죄와 화해 선교협력을 위한 예배’에 참석해 한국 성도들에게 일제강점기 침탈과 역사왜곡을 사죄하고 있다.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은 27일 일제의 잔혹함을 증거하는 경기도 화성 제암리교회를 먼저 찾았다. 제암리교회에서 ‘사죄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가진 후, 저녁 새에덴교회에서 한국 성도들과 함께 ‘사죄와 화해 선교협력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또한 3월 1일 시청 앞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기념대회’에 참석해 다시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제암리교회를 찾은 오야마 레이지 목사는 1964년 교회를 처음 찾았던 당시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야마 목사는 “1919년 만세운동 당시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방화 살해됐고, 그 이후로 주민들이 신앙을 버렸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때 남편과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할머니는 사죄도 받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오야마 목사는 일제가 저지른 잔혹함에 충격을 받고 일본에서 사죄위원회를 구성해 계속 제암리를 방문해서 사죄했다. 성금을 모아 제암리교회 재건을 위한 헌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오야마 목사는 “사죄도 거부한 할머니가 제암리교회 헌당식 때에 다가와 제 손을 잡으셨다. 일본어로 목사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셨다. 저는 꿈이 아닌가 생각했고, 이런 일은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암리교회에서 눈물로 사죄한 일본 기독교 지도자들은 새에덴교회에서 한국 성도들과 용서와 화해의 눈물을 흘렸다. 

일본 지도자들을 소개한 소강석 목사는 “이분들은 일본의 양심이다. 2015년 광복 70주년에 오셔서 사죄하시고, 한국 성도와 국민이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신다며 다시 오셨다.

한일 교회와 사회에 화해의 다리를 놓는 귀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일본 지도자들은 과거사와 함께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이 여전히 역사를 왜곡하는 문제도 지적하며 무릎 꿇고 한국교회에 용서를 구했다. 진정어린 사죄에 한국 성도들 역시 눈물을 흘리며 “오늘 예배처럼 한일 양국에 진정한 사과와 용서와 화해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일본 지도자들을 얼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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