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서울 시청광장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일제히 열렸다. 한국교회도 뜻깊은 3·1운동을 기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연합에 협력하고 민족과 함께하는 교회가 될 것을 다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과 교계 연합기관들이 공동 주관한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는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 대표자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이 선진국가가 된 것은 무한한 하나님의 축복이었다며, 아시아 최대 기독교 국가로서 새로운 100년을 교회가 앞장서서 이끌어가자고 말했다.

특히 교회지도자들은 3·1운동 당시 소수종교였던 기독교가 3·1운동 이후 위상이 매우 높아졌으며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선구자적 역할을 감당했다고 밝히고, 침체된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여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자고 역설했다. 특히 이날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 땅의 독립과 자유와 평화를 소중히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자고 밝혔다.

이와 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예배나 행사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국교회는 기념될만한 커다란 일들이 생기면 으레 기독교인이 앞장서서 헌신하고 새롭게 나아가자는 ‘구호성 외침’을 수도 없이 남발해 왔다. 대형집회 현장에서는 더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변화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여론을 조성해 왔다.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도 다를 바가 없었다. 소외된 이웃을 돌보겠다는 다짐들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없었고, 민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구호는 높았는데 사회적 책임과 평화통일로 가는 로드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노숙인, 새터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을 비롯하여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부대끼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목소리는 큰데 울림이 없다.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하여 민족과 함께하는 ‘힘 있는 한국교회’가 될 것을 다짐했지만 어디다 방향타를 잡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 존재하려면 3·1운동의 의미를 바로 알아야 한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우리 선조들은 입이 아닌 손과 발로서 죽음까지 불사하며 행동했다. 한국교회는 입만 살아있다는 비아냥거림을 되새겨 들으며, 이제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모든 일에 묵언으로 앞장서서 실천할 때가 되었다. 그것이 3·1운동 100주년이 기독교인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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