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3·1운동 당시 세계만방 앞에 소리 높여 외쳤던 독립선언서 공약삼장의 첫 번째 항목이다.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많은 게 서로 달랐다. 하지만 조국의 자주독립이라는 대의 앞에서 차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양반집안 출신들만 아니라 기생이나 백정들도 함께 팔 걷어 부치고 나선 행렬이었다.

종교인들은 어떠했을까. 오늘날 같으면 함께 머리를 맞댈 일도, 심지어 마주칠 일조차 별로 없었을 기독교인 천도교인 불교인들이 당시에는 나란히 만세운동의 대표자로 나서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점잖던 유생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만세운동을 거부했던 천주교도들까지도 생명을 내놓고 태극기를 흔들며 행렬에 뛰어들었다.

그 헌신과 함성들이 모여 일제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으며, 한민족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알렸고, 대한민국의 토대를 놓은 임시정부를 탄생시켰다.

바로 그 위대한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가 당시의 광장에서 펼쳐졌다. 태극기가 높이 치솟고 군중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풍경은 꼭 닮았는데, 각각의 외침은 너무 달랐다. 한 편에서는 통일을 염원하고 군국주의가 회귀하는 일본의 참회를 촉구하는데, 다른 편에서는 정권퇴진과 반공의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들리는 기도소리마저 편이 갈려 혼돈을 증폭시키는 듯 했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분연히 일어서되 일본에 대해서까지 ‘배타적 감정’을 품지 말자고 부르짖었던 선조들을 기억한다면, 그 거사를 기념하는 현장에서 같은 동포들마저 적개심으로 대하는 오늘의 풍경을 우리는 철저히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3·1절 100주년을 맞으며 독립선언서의 다른 한 대목을 부끄럼 없이 외칠 수 있는 우리 시대, 우리 교회를 꿈꾸어 본다.

“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쳤도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도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