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포럼 프로그래머)

‘딩동’ 차임벨이 울리면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 박스가 설치되어 있는 아래층으로 쿵쾅거리며 부리나케 뛰어간다. 정병옥 사모와 교회 스태프들도 뒤따른다. 주사랑공동체는 전쟁이 시작된다. 베이비박스를 열면 태어난 지 얼만 안 된 아기가 보자기에 싸인 채 놓여있다. 한 생명이 이렇게 또 공동체에 맡겨진다.
영화 <드롭박스>는 2009년부터 시작된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사역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는 주사랑공동체에 맡겨져 양육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천적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은혜’, 시각 장애인이면서 뇌병변 무뇌증으로 태어난 ‘나단’이와 척추측만증을 앓지만 의사가 되어 아픈 아이들을 낫게 해주고 싶은 ‘사랑’이. 오른손이 아예 없이 태어난 꿈이 많은 아이 ‘평강’이와 가을에 맡겨진 ‘가을’이. 그리고 이들의 형인 ‘루리’가 그곳에서 살고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시작은 이종락 목사의 첫째 아들 ‘은만’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은만이는 얼굴에 커다란 혹을 안고 태어났다. 그래서 은만이의 얼굴은 뒤틀린 기형이다. 게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성 간염으로 병원으로 후송하던 중 고열로 인해 한참동안 호흡이 멈춰버렸다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심장이 다시 뛰는 기적을 체험했다. 그런데 그 결과로 호흡만 할 수 있는 거의 식물인간과 다름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14년을 보내야만 했다.

집안의 재산을 다 팔아 온 가족이 힘들게 병원 생활을 한 후에 이종락 목사 부부에게 남겨진 것은 그들에게 맡겨진 다른 네 명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을 기를 형편이 안 되는 부모들이 이종락 목사에게 맡긴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맡아 기르면서 주사랑공동체를 운영하던 이종락 목사에게 사람들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아이들을 하나 둘 맡기거나 공동체교회 문 앞에 두고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아기를 밖에 놓아 둔 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자각에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스스로 직접 만들기에 이르고 벌써 10년이 지났다.

주사랑공동체 사역이 올해로 20주년이고 베이베박스 사역이 10주년이다. 그동안 베이비박스를 통해 살아 난 아이들은 약 1500명 정도이고 다시 친모(아이를 맡긴, 혹은 아이를 버린)에게 돌아간 아이들이 이들 중 30%에 이른다. 주사랑공동체는 상담 사역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달 혹은 몇 년 후에 아이를 찾아간 친부모도 적지 않다고 이종락 목사는 말한다. 베이비박스 사역, 영화 <드롭박스>는 생명을 살리는 프로젝트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모지상주의에 완벽주의(perfectionism)를 추구하는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베이비박스는 생명 유기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배급하였던 이유는 생명 존중과 주님의 긍휼이 이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주사랑공동체 20주년을 맞아 특별히 필름포럼에서 <드롭박스>를 상영한 후 이종락 목사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는데, 놀라운 기적을 목도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살아난 아이와 그 아이를 입양한 부모가 객석에 함께 한 것이다. 까르르 웃으며 마이크를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 그 아이와 함께하는 매순간이 주님이 주신 축복이라고 고백하는 부모,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이종락 목사 본인에게 뜻깊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종락 목사는 올해의 LG 의인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드롭박스>는 곧 케이블 TV나 유료 VOD 서비스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끝>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