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현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현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한국교회 역사를 되돌아보면, 복음전파는 처음부터 죄책고백과 함께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일은 1903년 원산에서 하디선교사가 동료선교사들을 감동케 한 회개의 기도에서, 1907년 평양장대현교회 부흥사경회에서 길선주 장로가 회중을 감동케 한 죄 고백의 기도에서 각자가 죄를 고백하는 회개운동으로 발전하여 한국교회 초기부흥의 불씨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나님께 직접 고백하여 죄용서의 은혜를 입도록 하고 있다.(요 20:23, 시 23:5, 단 9:5, 요한1서 1:9) 인간의 죄는 언제나 개인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지만, 역시 이웃과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성을 지닌다. 행위자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에 따라, 그의 행위가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성경에서 다윗은 왕의 신분과 지위에 있었기에 그가 행한 죄가 미치는 영향과 책임은 막중했다. 그래서 나단 선지자의 다윗을 향한 죄책의 지적은 죄를 회개하여 다시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다.(시 51) 칼빈도 복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교회와 모든 기독인의 죄책을 매 주일공예배의 하나님과 회중 앞에 일깨우고, 목회자가 죄책고백을 행하도록 권하였다.(기독교강요, 3권1~5장)

지금 한국교회는 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그 이유는 한국교회의 지도자 된 우리 모두의 허물과 실수(죄)가 한국사회에서 너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으로는 지나친 개교회주의와 개교파주의로 인하여 한국교회의 공동체성이 흔들리며, 외적으로는 교회의 공공성이 엄청난 사회적인 불신에 휩싸인 모습이다. 더욱이 교회 내적인 문제를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도 상실한 채(교회법과 정치가 있음에도), 일반 법정의 판단에 내맡겨진 교회의 문제들은 심지어 TV에 그대로 노출되어 한국교회와 목사의 권위추락 또한 심각한 상태이다.

그러면 한국교회의 이러한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국교회는 다윗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로부터 비난받는 모든 문제(대형교회의 목회세습, 목회자의 비윤리성 등)는 해당 교회와 그 지도자의 문제이지만, 생각하면 한국교회의 지도자 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분명하다. 그야말로 한국교회는 “내 탓이오”의 심정으로, 하나님께 사죄의 은총을 구하는 죄책 고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마 18:15~20) 그것들이 남의 일, 타 교단, 타 교회, 타 목사의 일이 아니라, 바로 한국개신교회 우리 모두의 실수(죄)임을 시인하고, 우리 하나님께 엎드려 그분의 긍휼과 자비를 구하는 ‘죄책고백운동’이 새해에 시작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죄책고백은 곳곳에 모이는 신년하례 예배와 매 주일 지역교회 예배에서, 장로님의 기도와 목회자의 기도 가운데서, 한국교회 전체가 연 중 한 주간(새해 첫 주간)을 기도주간으로 정하든지, 또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교단별 목사장로기도회에서 실천되었으면 한다.(느 9:1~3, 삼상 7:3~12)

그것이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며, 한국교회의 본질(거룩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평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으나, 여전히 국가의 위기를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 그 모든 불안을 극복하고, 참 평화를 발견하는 길임을 기억하자! 우리 주님은 “회개하여 처음 행위(사랑)를 가지라, 그렇지 아니하면,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4~5)고 경고한다.

교회협, 한기총, 한장총, 한기연, 한교연, 한교총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 자부하면서도, 저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때, 우리 합동교단이 이러한 죄책고백운동에 앞장선다면, 뒤틀린 한국교회를 회복시키는 일에 크게 쓰임 받으며,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장자교단의 모습이 거기서 확인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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