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복음으로 세상에 답하다 ⑧ 포스트모던 세계관은 자기모순에 빠진 거짓 선동

하나님 존재를 해체하고 인간을 창조자 자리로 격상시키려는 포스트모더니즘 전제는 자기 덫에 걸려

▲ 최재호 목사
·대구성일교회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Ph. D.(변증학)

이전 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관적 도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전제가 참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전제가 참이 아니라 거짓이라면, 그 전제 위에 세워진 모든 주장들은 거짓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거짓에 선동되어서 자신의 삶을 망치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첫 번째 원리는 ‘자신이 세상의 창조자’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원리는 ‘진실은 억압받는 자의 주관적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창조적 자아가 억압받고 억눌린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여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자아성취라고 말한다. 이 주장은 실현가능한 것인가? 이것을 점검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전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점검하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에 의하면,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은 전적으로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이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억눌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종교적 신념, 사회적 제도, 관습을 포함한 모든 외부적인 속박들은 해체되어야할 억압의 구조물들이다. 창조적 자아가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억압하는 모든 장애물을 해체시키고,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충족시켜 발산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 모든 구조를 성공적으로 해체하고 자신이 창조자로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진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첫째, 억압의 구조물을 해체하라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전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창조자 하나님을 해체하고, 자아가 세상을 새롭게 구성하는 창조자의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창조자 하나님을 해체시키고 자신이 모든 실체의 창조자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가깝게는 니체와 실존주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칸트의 철학에서 출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 창세기 3장에 나타난 인간이 하나님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에게서 시작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들을 유혹한 사탄이다. 뱀은 하와에게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해체할 것을 요구하였다.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금지명령은 인간을 피조물의 수준에 묶어두기 위해서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억압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해체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해체론(deconstructionism)에 의하면, 모든 언어에는 힘의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독자가 힘의 논리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해석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본문 뒤에 숨겨진 힘의 논리를 드러내어 해체시켜야 한다. 해체론의 1차 목표는 언어에 내재되어 있는 힘의 논리를 해체해, 억압자로 대표되는 중심부와 피억압자로 대표되는 주변부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그 다음 목표는 주변부가 중심부로 들어가서 중심부를 주변부로 밀어내어 독자를 저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피조물이 창조자를 밀어내고 자신이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사탄의 유혹을 받은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은 주변부에 있던 인간이 중심부로 들어가고, 중심부에 있던 하나님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반전을 시도한 것이다.

둘째, 창조적 자아의 죽음
하나님을 해체하고 자신이 창조자가 되고자하는 인간의 반전은 성공하였는가? 성공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전제도 참된 것으로 입증이 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였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제도 거짓이 될 수밖에 없다. 주변부와 중심부가 뒤바뀌는 것을 해체론에서는 ‘삭제’와 ‘반전’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억압적 구조물의 해체를 통하여 중심부를 차지한 다음에, 창조자의 위치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하나님을 자기들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다시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하나님의 개념을 지우고 주관적 자아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하나님을 만들게 된다. 이런 삭제와 반전의 과정을 통하여 ‘나는 나의 하나님을 믿고, 너는 너의 하나님을 믿는다’는 극단적 종교다원주의가 가능하게 된다.

창조자 하나님이 아담에 의해서 참으로 해체되었는가? 하나님이 아담에 의해서 해체되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시도하는 해체 작업도 성공할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원조인 니체는 “하나님은 죽었다”고 선언하였다. 아담의 시도가 실패했다면 하나님의 죽음을 선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담과 하와가 시도한 삭제와 반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창세기 3장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아담은 하나님을 해체하고 자기가 창조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삭제와 반전을 시도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말았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과 함께하는 에덴이라는 창조의 중심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과 육체가 해체되는 죽음으로 끝났다. 창조자 하나님을 해체하고 자기가 창조자가 되려는 아담의 시도는 하나님이 아니라 아담 자신의 죽음으로 결말이 났다. 이것이 창조자 하나님을 대적하는 무신론 세계관과 모든 유혹자들의 주장 속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적인 결과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해체의 대상은 창조자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유혹자들의 거짓 주장과 선동이다. 유혹자들의 언어 속에 내재되어 있는 거짓된 전제와 논리들을 드러내어서 해체시키는 것이 진정한 해체론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변부인 독자를 중심부인 저자의 위치로 격상키기 위해 사용하는 해체론의 삭제와 반전의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은 해체론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과정이다. 독자가 삭제와 반전을 통하여 저자의 위치에 오르는 순간, 또 다른 독자에 의해서 해체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삭제와 반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해체론의 치명적인 모순을 애써 감추고 무시한다.

해체론의 논리를 따라가면 독자가 저자를 죽이고 자신이 저자가 되는 순간 자신은 또 다른 독자에 의해서 해체당하고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죽음은 독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제가 주장하는 이런 연쇄살인은 끝없는 대량학살로 계속된다. 어느 누구도 저자의 위치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파멸의 논리가 포스트모던 세계관이 주장하는 전제의 치명적인 모순이다.

예수님은 이런 거짓된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체를 도둑에 비유해서 정확하게 말씀하였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셋째, 전제의 타당성을 점검하라
모든 해석은 그 배후에 세계관적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제는 자아를 실체의 창조자로 격상시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자아의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인간이 부정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질서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피조물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창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자율적 자아의 감정에 근거한 자유로운 해석을 주장하지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유추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유추적 해석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원본인 하나님의 뜻을 따라 생각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해석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이며, 주어이다. 하나님의 존재는 근원적이고 절대적이며 무한한 존재이다.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실체를 창조할 수 있는 창조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피조물이다.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근원적인 존재가 아니라 파생적인 존재이다.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의존적인 존재이다. 무한한 존재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인간의 해석은 근본인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하나님이 정하신 창조질서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전제가 참인지는 그 전제의 일관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를 해체하고 인간을 창조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제는 창조적 자아의 죽음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제가 자기모순에 빠져서 타당한 것으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에, 거짓 전제에 근거한 포스트모던 세계관의 모든 주장도 거짓이 될 수밖에 없다.

하와를 유혹한 사탄의 주장이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그 전제 자체가 창조자 하나님을 부정하는 거짓된 전제에 기초했기 때문에 결과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창조 이래로 하나님의 존재와 창조질서를 부정하고 해체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해체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이 피조물로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장하는 무신론적 세계관도 타락한 아담의 행동을 본받아서 하나님을 부정하고 거역하는 체계화된 불순종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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