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령 교수(총신대 사회복지학)

▲ 백은령 교수(총신대 사회복지학)

최근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괄하는 장애로 정의되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는 267만 명의 장애인이 있고 그중 발달장애인은 1/10이 채 못 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되고 작동하는 세상 속에서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장애를 가진 약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미흡하나마 장애인연금,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주거지원서비스 등 장애인의 일상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이 그 의미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활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판단과 의사결정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인지능력의 제한,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능력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학교폭력, 학대, 각종 사기와 착취의 대상이 되기가 쉽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대한 이해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우, 소리를 지른다거나 울거나 자신을 때리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끌기도 하고 위험한 존재로 낙인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발달장애의 특성은 그 정도와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결국 누군가의 돌봄과 지원을 평생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한 앞선 국가들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체계와 더불어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오롯이 가족 특히 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으며 발달장애 자녀가 살아있는 동안 부모의 돌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식이 성인이 되면 제 스스로 밥벌이를 하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늙어가는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에게 자녀가 성인이 된다는 것은 늙어가는 자신들에게 돌봄의 무게가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내 아이가 남의 아이와는 다른 발달을 보인다는 의심과 장애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시작된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로서의 여정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가족 전체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열심히 치료하고 교육하면 장애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속에서 자녀의 학령기를 보냈지만 그나마 자녀가 어렸던 그 시절이 차라리 나았다고 한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갈 곳이 없어져 가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은 자녀의 장애정도와 문제행동이 심할수록, 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가족과 주변의 지지체계가 취약할수록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무거운 현실이 된다.

사회복지제도가 발달한다고 할지라도 복지의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사각지대는 교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교회가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돌아보면 우리 교회 주변에도 발달장애인가족을 비롯하여 돌봄의 무게에 압도된 중증장애인 가족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찾고 그들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과업을 찾는 것은 지역의 교회들이 해야 할 다양한 사역 중 하나이다.

주일만이라도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 가족과 부모가 교회에 자녀를 맡기고 온전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을 통해 부모가 쉼을 얻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장애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지역 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연계하여 인식개선 캠페인을 개최하거나 참여하는 것,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 가족을 지원하는 것, 교회나 노회 차원에서 중증장애인의 주간활동과 단기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 교회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발달장애인 및 중증장애인 가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역이 많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과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아픔을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 가족을 돌보고 섬기는 것은 예수님을 닮아 가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이자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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