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애매한 기준, 군 기피자 늘어날 것...합리적 대체복무 마련해야”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다수 교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법원(재판장:김명수 대법원장)은 11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종교적 병역거부와 관련, 지방법원은 무죄와 유죄로 입장이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한결 같이 유죄 판결을 고수해 왔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14년만으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를 군 소집에 응하지 아니할 정당한 사유로 봤다. 판결문에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소수의견 “병역거부, 종교 때문이지 양심 때문 아냐”

대법관 13명 중 1명은 별개의견,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은 특정 종파 소속 신도들의 사례만을 들고 있을 뿐 이들과는 다른 종교나 종파의 교리에 따른 경우는 물론이고, 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거나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서 “다수 의견의 태도는 여호와의증인이라는 특정 종파에 속한 신도들의 병역거부에 한정하여 이 사건 처벌규정을 해석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가 아니라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로서 법률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규범에 합치되는 해석”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우리 조상들은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의 군사적 침입으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연스럽게 개인적·종교적 이념이나 계율에서 한 발 물러났고, 의병이나 승병으로서 병력을 조직하여 직접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아갔다”며 “다수의견의 논리는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인식과 판단을 좌우할 공통된 이념과 가치 체계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추론의 과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서로 같지 않은 것을 같다는 전제 아래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논리적 비약과 함께 우리 현실과 괴리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교계 “현역이 박탈감 느끼지 않을 대체복무제 필요”

교계는 이번 판결로 국가 안보가 위험에 빠지고, 양심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증명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장합동 총회(총회장:이승희 목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조만간 총회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담화문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 우려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이동석 목사)은 성명서를 통해 “이제 대한민국은 군대 가지 않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면서도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한지 살펴본다’는 애매모호하고 책임 없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제 대법원까지 판결이 난 이상 합리적인 대체복무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바른군인권연구소(대표:김영길)는 “이번 판결로 현재 최선을 다하여 군 복무하는 현역장병과 앞으로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대체복무제 설계가 국방부에서 진행하는 교정직 병영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명히 보완하여 절대다수가 피해를 보고 역으로 소수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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