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고아 1500명 비밀과 폴란드 교사들의 사랑 담은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외모도 언어도 다르지만 동일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한국전쟁 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연내 종전선언 전망 등 한반도 평화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오랜 세월 남북이 가진 상처를 아물게 할 영화가 개봉을 앞뒀다. 한국전쟁 고아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분단의 아픔을 뛰어넘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한국전쟁 중 북한이 폴란드로 보낸 1500명의 고아를 다시 송환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과 상처, 그리고 이를 사랑으로 품어준 폴란드 선생님들의 진심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북한의 김일성은 동유럽의 사회주의 동맹국가들에게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쟁고아들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러시아,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 등으로 보낸 고아들의 수는 수천 명에 달했다. 그리고 1951년에는 1500명의 고아가 비밀리에 폴란드로 향했다.

그 중 300명의 고아들이 먼저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근교 시빌데르에 도착했다. 이어 러시아에서 2년간 방치되었던 1270명의 고아들은 건강이 악화된 채 폴란드 남서부의 시골마을 프와코비체로 왔다. 프와코비체에는 의료시설을 개조한 학교인 ‘천사의 집’이 세워지고, 폴란드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교육에 힘입어 아이들은 전쟁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갔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 북한이 천리마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동유럽에 보냈던 고아들을 노동력 보충을 이유로 전원 북송하게 된다. 8년간의 짧지만 행복했던 폴란드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아이들은 1959년 모두 북한으로 송환된다.

70년의 세월이 흐른 2018년, 오늘날까지도 1500명의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폴란드 선생님들의 특별한 사랑을 찾아 추상미 감독과 탈북소녀 이송이 폴란드로 향했다. 영화는 남과 북의 두 여자가 떠나는 이 여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추상미 감독은 각종 영화, 연극, 드라마에서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하다가 하나님의 소명을받고 영화 연출에까지 뛰어든 만능 엔터테이너다. 두 차례 단편 연출에 이어 첫 장편작인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추상미 감독은 “어느 날 우연히 북한 꽃제비의 실상이 담긴 방송을 보고,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같은 시기에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가 폴란드로 떠난 실화를 우연히 접했던 경험이 이 영화의 탄생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70년 전 아이들을 회상하며 눈물 흘리는 폴란드 선생님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이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 어떤 유대관계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폴란드에서 다른 민족의 상처를 사랑으로 품었던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고,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간 내용을 스크린에 담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쟁 고아들이 폴란드에 도착한 1951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폴란드 역시 힘들고 험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이미 경험했던 폴란드 선생님들은 낯선 나라에 도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고, ‘아빠’, ‘엄마’로 불리며 가족 같은 유대감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했다. 그 사랑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역만리에서 생김새도 언어도 다른 선생님들의 사랑을 통해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이야기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10월 31일 전국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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