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킹 힘쓰는 ‘갓러브하우스’

엄격한 심사 거쳐 게스트하우스 위탁 관리 … 저렴한 이용료로 편안한 쉼 제공

“이불보도 다 빨아놓으시고, 청소도 깨끗이 다 하고 가셨네요. 선교사님 부부가 3주 동안 묵고 가셨는데, 교통편이 참 편하다고 좋아하셨어요.”

선릉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정진화 대표(갓러브하우스)는 방을 쭉 훑어봤다. 곧바로 다른 선교사 가족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 행여 뒷정리가 안됐으면 서둘러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진화 대표를 만난 선릉역 게스트하우스는 방 두 개에 거실과 화장실, 거기에 침대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이 완비된 신축 빌라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는 이곳의 하루 이용료는 2만원. 다른 선교사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다소 비용이 높긴 하지만, 선릉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갓러브하우스(God’s love house)는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 사역을 2008년부터 하고 있다. 2008년 당시만 해도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없었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들이 형편에 따라 선교관을 운영하거나, 몇몇 대형 선교단체들이 게스트하우스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정도였다.

“교회에서 선교사님들을 모시고 섬기는 일을 종종 했었는데, 숙소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자주 봤어요. 반면에 어떤 교회들은 선교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없앤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교회 선교관과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네트워크하면 좋겠다 싶었죠.”

▲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협력기관인 갓러브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 사업으로 선교사들을 돕고 있다. 사진은 갓러브하우스 정진화 대표

정진화 대표는 그때부터 자비량으로 인터넷 사이트(www.missioninfra.net)를 개설해 선교사 게스트하우스를 하나둘 연결하기 시작했고, 3년 전부터 전적으로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킹과 섬김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갓러브하우스에 연결된 게스트하우스는 수도권에만 68개 룸. 서울 도심에서부터 의정부 등 경기도권에서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하루 이용액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2만원.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선교사들은 짧게는 1주일부터 길게는 1년까지 거주하고, 보통은 한 달 정도 거주하는데, 그동안 관리비 차원의 저렴한 이용액으로 편하게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갓러브하우스는 위탁 게스트하우스 외에도 강남 도심의 호스텔업체랑 제휴해 긴급한 경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주로 선교에 뜻이 있는 개인들이다. 선교사 출신의 목회자도 있고,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어 선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지난달 관악역 게스트하우스 10개 룸을 마련해 위탁한 총회세계선교회(GMS)처럼 선교단체 차원에서 참여하는 곳도 있다. 갓러브하우스는 이들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게스트하우스들을 위탁받아 인터넷을 통해 선교사들과 연결하고,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맡는다.

특별히 게스트하우스를 위탁한 개인들 중에는 개별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 어려움을 겪은 이들도 다수 있다. 막연히 선교사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는데, 그 과정에서 선교사들과 오해나 의견차이 등 이런저런 갈등을 겪은 것이다. 정 대표는 “대형 선교단체들조차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별도 인력을 둬야 하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보다는 위탁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GMS 관악 게스트하우스 모습.

갓러브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를 무작정 위탁받지는 않는다. 입구가 따로 있는 독립공간일 것, 안전한 곳일 것, 지하철이나 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을 것 등 몇 가지 지침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선교사들은 버스 이용 시스템을 몰라 버스 타는 것을 좀 두려워하고, 지하철을 가장 의지한다. 그리고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이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급적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거나, 그렇지 않은 곳은 2층 이하인 곳을 원한다”며 이런 조건을 갖춘 게스트하우스를 위주로 위탁을 맡아 네트워크를 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안양샘병원에서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선교사님이 있었어요. 미국 등에서 들어온 가족들이 응급실에서 묵으며 병간호를 하다가 거기서도 쫓겨나 갈 곳이 없어서 도와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샘병원 가까운 곳에 게스트하우스를 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 생긴 GMS 관악 게스트하우스가 그 기도 응답이에요. 샘병원에서 차로 5분 거리밖에 안되거든요.”

정 대표는 갓러브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선교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불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청소를 해주고, 유지보수 하는데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김장김치나 밑반찬 등을 나누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서도 선교를 일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갓러브하우스는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네트워크 사역과 함께 선교사자녀(MK) 섬김, 멤버케어 등 다양한 사역을 겸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연휴로 기숙사를 비워야 했던 선교사자녀 40여 명을 초청해 4박 5일간의 추석캠프를 열었다. 벌써 5회째 진행하는 추석캠프다.

정 대표는 “단순히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원과 기업은 어디가 있고, 자녀가 다닐 학교는 어느 곳에 있고, 국내에 재입국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대응하는 토털 멤버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며 이 일에 한국교회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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