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종우수도서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 저자 박종서 목사

마음 중심에서 하나님 밀어낼 때 본질 벗어나 … 깊은 묵상 통해 텅 빈 마음과 직면해야

박종서 목사(양지평안교회)의 책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도서출판 책과나무)이 2018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진흥원은 2017년 한 해 동안 출판된 수만 권의 책 중에서 220권을 세종우수도서로 선정했다. 220권 중 기독교 관련 서적은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을 포함해 5권뿐이었다. 세종우수도서 저자 중 현직 개신교 목회자는 박 목사가 유일하다.

▲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은 비기독교인 독자를 목표로 썼다. 세상의 언어를 빌어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박종서 목사는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보편적인 ‘복음’의 가치를 세상과 나누지 않고, 교회의 특수한 언어로만 말하기에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의 시도는 책이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되면서 더욱 의미를 갖게 됐다.

목사가 정신분석 책을 썼다고?

그런데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이라니. 릭 워렌 목사가 쓴 비슷한 제목의 책이 먼저 떠올랐다. 저자는 ‘쉼 없이 달려만 온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목적을 향해 계속 달릴 건가요? 아니면 잠시 멈추고 살아갈 힘을 축적할 건가요?”

박종서 목사의 질문에 수많은 의문과 걱정이 생겼다. 내가 지금 지쳐있나? 휴식이 필요한가? 다른 사람은 달리는데 나만 쉴 수 있나? 답을 얻기 위해 책을 폈다. 당황했다. 목사에게 어울리는 하나님 예수님 복음 은혜 믿음 같은 단어들이 보이지 않았다. 교회의 언어 대신 나르시시즘 병리 우울증 퇴행 광기 등 정신분석 용어들이 나왔다. 신학자 대신 프로이트 융 비온 스파니츠 프레이저의 이론들이 가득했다.

박종서 목사의 이력을 모르는 독자라면, 더 당황했을 것이다. 그는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총신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목사가 됐다. 목회를 하던 중 정신분석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정신분석전문가협회장까지 역임했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서 양지평안교회를 개척해 18년 동안 목회하고 있다. 양지는 농촌 지역이지만, 서울에서 가까워 물류센터들이 곳곳에 있다. 인구의 이동도 잦다. 이곳에서 박 목사는 마음의 병을 앓는 주민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양지햇살지역아동센터 1318해피존용인아람 미래와희망(남자그룹홈) 안다미로(여자그룹홈) 등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돌보는 사역도 펼치고 있다.

박종서 목사는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임상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굳이 성경 대신 정신분석학으로 삶의 목적을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목적 없음이 우상을 부순다”

박종서 목사를 9월 5일 양지에서 만났다. 일단 책의 주제인 ‘목적 없음’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박종서 목사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목적 없음이 불안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이 욕망을 쫓아가도록 이끈다. 욕망에 매달리도록 하려면 사람을 퇴행시켜야 한다. 정신과 의식을 충족하기보다 성공과 이윤추구와 소비에 매달리게 한다. 육체를 열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불안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에서 계속 지적한 것처럼,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삶은 반드시 고갈에 직면한다.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참을 수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마주한다. 박 목사는 그렇기에 목적 없음은 단순히 쉼을 넘어서 ‘계속 살아갈 힘’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육체의 욕망에서 벗어나도록 이끌고, 자본주의의 맘모니즘을 부수는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목적 없음은 내 마음 중심에 ‘나 자신으로 살아갈 능력’을 갖게 한다. 이 중심셀프가 든든히 자리잡는다면, 이를 구심점으로 우리 마음은 통합을 이루고 안정을 찾게 된다. 목회자는 이 중심셀프를 하나님께 드린 사람, 중심 자리를 주님께 양보한 사람이다. 중심 자리에서 하나님을 밀어내고 자기 자신과 다른 무엇이 자리잡을 때, 본질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복음은 우주적, 우리가 가뒀을 뿐”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은 표면적으로 정신분석학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복음이 자리잡고 있다. 목사로서 복음을 앞세우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박종서 목사는 “복음을 거부하는 시대 속에서 비기독교인과 접촉점을 찾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복음을 필요로 하는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왜 세상이 복음을 거부하게 됐는가?’이다. 박 목사는 세상이 복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복음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세상에 문을 닫아버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복음의 가치를 지킨다며 사회와 소통을 제한하고 관계를 끊고 있다. 보편과 공공의 영역에서 물러나 교회만의 특수한 언어로 우리끼리 소통한다. 이것이 게토화다. 이러는 사이에 사회와 정치와 문화와 학문까지 복음을 대적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 학문을 공부하고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한다. 우리는 공공의 영역으로 더 들어가서 그들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이것이 정신분석학으로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을 쓴 이유다. 복음은 보편적이고 우주적이다. 그 복음을 우리 안에 가두면 안된다.”

“복음은 최고의 목적 없음으로 이끈다”

박종서 목사는 책에서 놀이와 문화 등으로 ‘목적 없음의 능력’을 설명했다. 박 목사가 독자에게 제시하는 최고의 목적 없음은 ‘복음’이다. 복음은 육체의 욕망에서 멀어지게 하고, 감정적으로 분주함이나 초조함을 극복하게 한다. 또한 의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며, 인간을 깊은 고독의 세계로 인도해서 마음의 중심에 주님을 모시도록 한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에게 목적 없음이 필요하다. 누구보다 목회자들이 절대적으로 목적 없음의 시간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깊은 묵상을 통해서 텅 빈 마음과 직면해야 한다. 이 때 내가 얼마나 복음의 이름으로 명예와 욕망과 권력을 쫓고 있는지, 얼마나 성도들에게 잘못된 복음을 전했는지, 복음을 지킨다면서 세상을 포용하지 않고 거부했는 지 깨닫게 된다. 분주함으로 도망가지 않고 텅 빈 마음을 주님께 드릴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일하실 것이다.”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사진)은 쉽고 재미있다. 오랫동안 상담사역을 한 저자 박종서 목사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쓰기를 한 덕분이다. 전문 용어와 유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몰라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주제별로 정리한 2~3쪽 짜리의 짧은 글(모두 87편)을 하나씩 읽다보면, 230쪽을 단숨에 읽게 된다.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은 3부로 구성됐다. 박종서 목사는 제1부 ‘건강한 거짓’에서 “모든 사람은 병리(정신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려면 병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2가지 정신의 문제를 갖고 있다. 외부 세계와 단절하고 자기 내면에 침잠하는 나르시시즘, 그리고 어머니의 자궁에서도 발길질을 할 정도로 DNA에 각인된 공격성이다. 박 목사는 이 병리를 어떻게 조절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병리는 부정적으로 발현하면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에 이른다. 그러나 유명한 예술가들이 정신병을 갖고 있던 것처럼 놀라운 창조성을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제2부 ‘목적으로부터 도망하라’와 제3부 ‘천박한 우아함’은 병리를 어떻게 조절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제시한 것이다. 박 목사는 우리 안에 내재한 병리를 긍정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 ‘목적 없음을 향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목적에 이끌려 계속 달려간다면 언젠가 고갈에 직면하고, 탈진 도피 중독 폭력 그리고 자살에 이를 위험이 높아진다.

문득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재독학자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인이 겪는 만성피로와 우울증과 현실도피 문제를 과도한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할 수 있어! 목적을 세우고 계속 노력해야 성공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살아남아!” 과잉 목적의식과 활동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결국 탈진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피로사회’로 규정했다. 피로사회는 박 목사가 말한 ‘목적 없음’을 향유하지 못하는 삶이다.

결국 목적 없음을 향유하는 것도 능력이다. 박 목사는 그 능력을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에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책의 상당 부분을 어떻게 자녀를 이해하고 양육해야 하는 지 쓰고 있다. 유명서점의 서평란에 올라온 독자들의 후기를 보면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가 목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교회와 창조와 성경적 세계관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기적의 이야기들이 사례로 등장했다.

책의 마지막 ‘후기’에서 박 목사는 직설적으로 왜 책을 썼는 지 밝혔다. “기독교가 성경이라는 특별한 언어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일반 언어로도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래도 독자들은 박종서 목사의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을 추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심사위원들은 세종우수도서로 선정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