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주 박사(평통연대 사무총장)

▲ 윤은주 박사(평통연대 사무총장)

한반도를 전례 없이 달구던 7, 8월 뙤약볕이 어느덧 누그러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밤하늘의 달빛이 휘황하다. 마치 차오르는 달빛이 태양열을 식히는 것 같다.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전쟁 불사 언사들이 쏟아졌다. 한반도 전체가 어느 때보다 긴장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올 2월 평창올림픽은 평화 국면으로 가는 극적인 전환점이었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도 가능해질 것 같은 기대감이 넘쳐났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뙤약볕만큼 뜨거웠던 7~8월을 보내고, 다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들려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연구해온 필자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한반도 평화의 길이 보이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종전선언의 첫 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지만, 정상회담과 평화협정으로 도래할 북미수교가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남북 문제가 이토록 복잡하고 힘든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남북관계 문제는 구조적으로 국제관계 변수들과 복잡하게 맞물린다. 냉전시대엔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미국과의 관계가 맞물렸다면, 현재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 및 중국과 수교했지만, 북한은 미국과 수교를 하지 못하자 핵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은 1992년과 2000년,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군철수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평화협정을 하겠다며 절박감을 드러냈었다. 이 평화협정 제안은 김일성과 김정일 어록에 남아 있어 지금도 유효하다.

작년 9월 6차 핵실험을 마친 북한은 11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바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체제안보를 담보할 무기를 손에 쥐었으니 대화국면으로 전환한다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예상대로 2018년 신년사에서부터 전술을 바꾸었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밖에 없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녹녹치 않은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그의 전략적 시점을 가늠하게 한다.    

1871년 통일독일을 이룬 프로이센의 수상 비스마르크는 “역사 속을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역사의 주인으로 고백하는 크리스천이라면 더 나가야 한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께서 참된 통치자로 임하시길 기원하며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전쟁을 멈추고 자신이 기경한 땅의 소출을 누리는 것이 성경에서 제시하는 평화라면 우린 종전선언부터 구해야 한다.

성전 문 앞에서 구걸하던 ‘나면서 못 걷게 된 이’에게 바울 사도는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명했다. 지금 우리에겐 바로 그의 음성이 필요하다. 날 때부터 남북 분단을 경험한 인구가 9할에 이르고 있다. 막대한 분단비용을 아까운 줄 모르고 허비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꿈꿀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울 힘이 필요하다.

원수를 친구로 만들 수 있는 힘. 두려움을 사랑으로 넘어 설 수 있는 힘. 그 힘이 바로 복음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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