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방문 ‘밥 사주는 목사들’ … 소통하는 목회 방향 제시에 ‘큰 호응’

오늘도 일터에서 치열한 영적전쟁을 치른 성도들을 위해 목회자들이 뭉쳤다. 성도들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 직접 저녁을 사주며 그들을 위로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일하는크리스천네트워크(대표:황금중 전도사) 소속 5명의 목회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성도들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들어가고 있다.

▲ 일하는크리스천네트워크 ‘밥 사주는 목사들’은 성도들의 삶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공감하고 있다. ‘밥 사주는 목사들’인 황금중 전도사 김디모데 목사 손영상 전도사 이승현 목사 강훈 목사.(왼쪽부터)

성도들에게 대접받는 것이 익숙한 목회자들의 권위주의를 깨고, 밥 한 끼 사주면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 계기였다. 일하는크리스천네크워크는 “성도들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일과 신앙에 대한 고충을 들어주는 것이 목회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7월 관련 내용을 SNS에 올린 후부터 지금까지 신청자만 100명이 넘어가고 있다.

5명의 목회자들이 풍족하고 여유가 있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표인 황금중 전도사(예장합동)를 비롯해 손영상 전도사(예장대신) 강훈 목사(기침) 이승현 목사(예장통합) 김디모데 목사(기하성) 모두 목회 외에 생계를 위한 일을 겸업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생수 대리점 운영 등 각자 바쁘고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섬김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황금중 전도사는 “한국교회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 성도들을 섬기는 본분을 다하는 목회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비난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목회자들이 받으려고만 하고 소통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밥 한 끼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터에서 일하는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만나다보니, 성도들의 고충을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목회자들보다 성도들이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다. “성도들이 예배 생활을 잘 하지 않는다며 다그치는 목회자들도 많지요. 하지만 저희가 일을 해보니까 성도들은 직장에서 일도 하고, 가정도 꾸려야 하고, 교회생활하며 봉사도 해야 하더군요. 목회자들이 힘들다는 건 부끄러운 소리인 것 같아요. 성도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밥을 사주며 만나게 된 성도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았다. 처음 만난 신찬수 씨는 교회 방송팀에서 봉사하는 음향장비 전문가였는데, 교회가 사람에게 투자해야 할 이유를 알려줬다. ‘성도들의 봉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더 효율적인 예배를 위해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만난 대학원생 김반석 형제는 다음 세대 부흥을 노래하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교회 안의 높은 벽을 지적했다.

김디모데 목사는 “성도들의 일터 근처에서 만나 편하게 식사를 하며 대화하다보니 교회 목사님께는 쉽게 할 수 없는 속마음을 많이 터놓으시는 것 같다”며 “세 번째는 지방에서 사역하시는 여전도사님과 식사가 예정되어 있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지 이제 우리가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도들과의 만남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된다. 성도들의 반응은 “기발하다” “존경스럽다” 등 긍정적인 응원이 대다수다. 한편으로 이런 반응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동안 목회자들이 얼마나 성도들과 소통이 없었으면 밥 한 끼 사주는 것에 이렇게 기뻐할까’하는 씁쓸한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에 힘입어 “더 열심히 성도들을 찾아다녀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일하는크리스천네트워크는 앞으로 후배들에게 획일화된 로컬처치 뿐 아니라 다양한 목회의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건물로 대표되는 교회에만 매몰되지 않고, 두세 사람이 모이는 곳이 교회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알리고 싶은 포부다. ‘밥 사주는 목사들’ 역시 그 다양한 목회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많은 교회들이 건물을 짓고, 세상을 향해 ‘우리가 여기 있으니 너희가 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열심히 나가야 하고 이웃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목회가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우리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목회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밥 사주는 목사들’의 한 끼 속에는 성도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담겼다. 그 소박한 식사가 성도들에게는 잔칫상보다 더한 기쁨과 만족으로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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