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3주년 맞아 배화학교 학생 등 대거 독립유공자 포상

▲ 삼일만세운동 1년 후 학교 교정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다 일제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배화학교의 학생들에게 독립유공자 포상이 이루어졌다. 왼쪽부터 박양순 김경화 성혜자 소은명 안옥자 안희경.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기독여성들이 대거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광복절 73주년을 맞아 삼일운동 이듬해인 1920년 3월 1일 학교 교정에서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배화학교 학생 6명 등 독립유공자 177명을 선정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훈·포장을 수여했다.

이번에 선정된 독립유공자들 중에서는 여성 독립운동가들, 그 중에서도 기독교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앞장선 한국교회의 공적이 이번 포상을 통해 새삼 드러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 기미년 만세운동 1주년을 맞던 당일, 일제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던 서울 한복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했던 김경화 박양순 성혜자 소은명 안옥자 안희경 등 당시 배화학교의 학생들로 이번 포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들은 동료 학우들과 함께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당일 등교하자마자 학교 기숙사 뒷산과 교정에서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들은 거의 10대 후반의 어린 여학생들이었으며, 소은명의 경우 불과 16세의 나이에 의거에 동참했으며 함께 가담한 학우들과 함께 옥고를 겪었다.

배화학교는 1898년 10월 2일 미국남감리교 소속 조세핀 필 캠벨 선교사가 내한하여 고간동(현 종로구 내자동)에 캐롤라이나학당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학교이다. 1910년 배화학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 찬송가 ‘눈을 들어 하늘 보라’의 작사가 석진영 시인과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김노득 등 많은 여성인재들을 길러냈다.

또 다른 미션스쿨인 숭의여학고 학생으로 삼일운동 당시 황해도 신천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곽영선은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곽영선은 1993년 애국장을 받은 곽림대 선생의 딸로서, 부녀가 나란히 독립운동에 투신해 서훈된 흔치 않은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에서 학업 중이던 곽영선은 1919년 서울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고향인 신천으로 돌아가 태극기를 만들고, 3월 27일 신천읍 장날에 만세시위에 앞장섰다가 체포되어 1년여 수감생활을 했다. 특히 법정에서 자신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일본에 반항하는데 있지 않고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는 사연이 유명하다.

숭의여학교는 1903년 10월 미국북장로교 소속 머펫(한국명 마포삼열) 선교사가 기독교 인재양성을 위해 평양에 설립한 학교로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되었다가, 해방 후인 1953년 서울 중구 남산동에 숭의여고로 재건됐다. 일제강점기에 송죽결사대를 조직하여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고, 삼일운동 때는 시위군중이 사용할 태극기를 제작해 배포한 역사도 가지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대한국민회 부인향촌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후원하다 체포되어 수난을 겪은 최복길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이, 김경신 김화자 옥순영 이관옥 등에게는 대통령표창이 각각 수여됐다.

여성 기독교인인 이들은 1919년 평양신학교 기숙사에서 대한국민회 총무 박승명을 만나 권유를 받고, 그해 10월 9일 정식으로 향촌회를 조직해 군자금을 모금하고 상해임시정부로 보내는 활동을 전개했다.

일본경찰에 의해 1921년 2월 27일 발각되어 회원 14명 전원이 검거될 당시, 이들의 평균연령은 45세였다. 국가보훈처는 1921년 육군성이 제작한 ‘조선소요사건관계서류’를 통해 이들의 공적을 확인하고, 회원 5명을 이번 서훈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회장이던 윤찬복 전도사는 앞서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바 있다.

이밖에도 서울 상동교회 내 상동청년학원 학감으로 근무하던 이회영과 결혼 후, 헤이그밀사사건과 신흥무관학교 설립 등을 주도한 남편을 도와 독립운동을 함께 전개했던 이은숙 여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되는 등 많은 여성들의 자랑스러운 활동이 새삼 조명을 받게 됐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