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개척은 미래다 ② 내일의 개척자, 부교역자를 세우자

부교역자 ‘지금’이 한국교회 ‘미래’와 직결 … 사역 자율권 부여하고 소명 발견 도와야

지난 기획 1편에서 개척 교회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수많은 교회에 하나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 속에서 비기독교인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사역이었다. 또한 개척 교회는 미래의 시대와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세대를 가장 열심히 전도하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문제는 교회를 개척할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는 것이다.

준비 없이 떠밀려 개척하는 현실
지난 4월 이만교회운동본부에서 주최한 교회개척전도성장세미나에 50여 명의 목회자들이 모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서로의 개척과 사역 경험을 나누며, “한 영혼을 위해 삶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6월 교회자립개발원은 도시 지역에서 개척한 목회자들을 초청해 자립화 및 현장체험 수련회를 열었다. 20여 명의 개척자들 역시 “교회는 하나님께서 지킨다는 믿음으로 사역을 완주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개척필패의 시대에도 복음과 소명을 위해 열정을 쏟는 젊은 목회자들이 이렇게 많다. 하지만 그 열정 뒤에 드리운 그림자는 너무 어두웠다. 개척에 나선 목회자들은 대부분 부교역자 사역을 거쳤다. 짧게 3년에서 20년까지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 그들은 부교역자 시절에 “소모품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이만교회운동본부와 교회자립개발원의 세미나 참석자들 중 50% 정도가 갑자기 해임통지를 받고 아무 준비 없이 교회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5년 동안 매일 18시간씩 사역하다가 병으로 쓰러진 부교역자를 3개월 휴직 후 해고시킨 교회도 있었다.

2015년 기윤실은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현실을 설문조사했다. 조사를 진행한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연구소장)는 “부교역자들은 자신을 종 머슴 노예 소모품 부속품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것은 한국교회 미래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당시 조사를 통해서 부교역자의 사역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과거에 부교역자 시기는 단독 목회를 준비하는 단계였지만, 현재는 담임목사의 지시를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개척에 나서야 할 많은 젊은 목회자들이 부목사 시기에 자신의 목회 소명과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5~10년 부교역자로 사역하면 교회에서도 부담스러워 하고, 사임과 개척을 종용받는다.

조성돈 교수는 “이렇게 떠밀려서, 개척을 준비하지 못한 채, 임대료가 싼 지역의 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 교회 개척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회와 소통하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교회를 세워갈 개척자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도가 힘든 사회 환경보다 더욱 큰 문제다. 교회분립개척은 복음의 야성이 있는 개척자를 키운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대안이다. 큰숲운동으로 안산동산교회에서 분립 개척한 은혜의동산교회는 벌써 세 번째 교회분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행복한동산교회 분립개척 모습.

교회 개척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물론 개척하는 부교역자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교회들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재정을 지원해 교회 개척을 돕는 목회자와 교회들이 미담 사례로 소개됐다. 그리고 재정 지원과 함께 일부 성도들이 부교역자와 개척을 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현재 ‘교회개척분립’의 시초다.

교회분립개척을 한국교회에 알리고 정착시킨 곳은 안산동산교회(당시 김인중 목사)이다. 안산동산교회는 2004년 한국교회 분립개척운동의 한 획을 그은 ‘큰숲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김인중 목사는 동산교회의 중간 결산과 미래 계획을 하면서 교회가 계속해서 대형화 되는 것 보다는 안산동산교회와 같은 철학을 가진 건강한 교회들을 안산과 인근 지역에 세우는 것이 더 귀한 일이겠다는 생각으로 큰숲운동을 시작했다.”

이규현 목사(은혜의동산교회)는 안산동산교회 큰숲운동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첫 분립개척했다. 이후 큰숲운동은 한국교회에 교회 개척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재정 지원은 물론 성도들 함께 개척에 나서는 분립을 개척의 대안으로 정착시켰다.

현재 큰숲운동은 안산동산교회에서 분립한 교회들이 자립해서 다시 교회를 분립하는 단계까지 왔다. 안산동산교회에서 분립개척한 은혜의동산교회는 2009년 예수향남교회, 2014년 행복한동산교회, 그리고 오는 9월 세 번째 분립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개척에 준비된 목회자를 키워라
은혜의동산교회 이규현 목사는 교회분립개척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을 개척 지원금이나 함께 개척할 성도의 숫자가 아니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지성 영성 그리고 복음의 야성이 준비된 목회자”라고 말했다. 그 목회자를 준비시키는 것이 담임목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부교역자들에게 지금의 사역이 내 미래와 연결돼 있고 한국교회를 살리는 일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사역을 맡기면 전적으로 위임하고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자기의 목회를 하도록, 그 사역에서 자신의 소명과 비전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분립개척운동에 나서는 교회들은 팀 켈러 목사가 설립한 씨티 투 시티(CTC)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CTC(CTCK)를 출범하고 분립개척에 나설 부교역자들을 공동으로 교육하고 있다. 교회분립개척이 한국교회에 운동성을 갖도록 연합사역을 펼치고 있다. CTCK의 목표는 많은 개척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야성을 가진 개척자들을 양성해서, 복음으로 지역과 시대를 변화시키는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다.  

부교역자를 담임목사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현재 교회 구조 아래에서, 복음의 야성으로 무장한 개척자를 양성할 수 없다. 떠밀려 개척하는 부교역자들은 상가교회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와 달리 지금 분립개척운동을 펼치는 교회에서 차원이 다른 개척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와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목회의 최전선’에 선 목회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기획 3편은 목회의 최전선에 선 개척자들을 소개하고, 그 개척 사역의 의미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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