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노회 해남시찰, 필리핀 현지인 25쌍 합동결혼식 거행

▲ 목포노회 해남시찰 목회자들이 필리핀 바라시스 현지인 합동결혼식을 마련해 주었다. 목회자들과 신혼 부부들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우리의 관혼상제 문화는 예로부터 절차가 까다로웠고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없는 살림에는 치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빈곤을 한창 극복해가던 시절 우리 사회에 합동결혼식이라는 행사가 심심찮게 열렸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목포노회 해남시찰(시찰장:정상목 목사)과 교역자회(회장:임태영 목사)에서 오랜만에 합동결혼식 개최 소식을 알려왔다. 그런데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가 필리핀이란다. 바로 선교의 열매로 연을 맺은 필리핀의 커플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한반도의 땅 끝에서 복음의 땅 끝으로 건너간 해남시찰 소속 목회자들은 7월 3일 필리핀 리살주 바라스시에 소재한 교회에서 현지인 25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 대부분은 도시 외곽의 철거지역에서 이주한 정착민들이었다.

어느 문명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필리핀에서도 결혼식을 거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시켜야 할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다. 시청으로부터 결혼허가서를 받아야 하고, 면허를 가진 주례자를 세우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여기에다 공인된 장소를 예식장소로 정하고, 세 명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가장 힘든 부분은 신혼부부를 위한 용품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침구 시트, 케이크, 결혼식 사진, 결혼반지, 그리고 신부의 결혼가운 등이다. 막대한 경비가 필요하기에 상당수 사실혼 관계의 빈곤층 남녀들이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살아간다. 동거하다 헤어지는 커플이 빈발하고, 미혼모가 증가하는 이유이다.

해남시찰과 교역자회 그리고 10개의 지역교회들이 조직한 필리핀선교회에서는 이 모든 비용을 책임져주었다. 예식 후에는 신랑신부 및 그 가족들의 식사비까지 부담하고, 각 쌍에게 선풍기 한 대씩을 선물로 제공했다. 든든한 후원 속에서 결혼식은 성대히 거행됐다. 식장에는 카트리나 로블레스 시장을 비롯한 바라스시 유지들도 대거 참석했다.

해남시찰은 합동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라스시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모든 과정을 협의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일체의 경비를 부담했다. 결혼식장에서는 시장과 해남시찰 목회자들이 함께 증인이 되어 결혼서약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사실 바라스시는 개신교 선교에 대단히 호의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시청의 배려 덕분에 정착촌 부지에 어린이집을 세워 교회당으로 함께 활용할 수 있었고, 청소년 중심의 교회를 비롯해 세 곳의 교회를 정착촌에 설립하고 운영하는 중이다.

현지 교회에서는 결혼식을 앞두고 각 커플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며, 확실한 신앙고백 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도록 도왔다.

해남시찰 소속인 윤건상 목사(어란교회)는 “합동결혼식을 위해 농어촌의 작은 미자립교회들까지 힘을 모았으며, 개인 차원에서 기쁨으로 협력해 준 경우도 있었다”면서 “결혼한 25쌍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또한 이를 통해 바라스에 하나님나라가 굳게 세워지도록 앞으로도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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