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목사(주필)

오늘 우리는 매우 슬프다. 이 말은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와 속삭인 독일 총리 메르겔의 말이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한국에 2골차 패배를 당한 소식은 6월 28일 하루 종일 세계 언론과 누리꾼 사이에서 최대 화제였다. 독일의 축구 전문매체 키커도 “역사적인 패배에 챔피언 독일이 사라진다”고 보도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입증시킨 독일과의 일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아예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그런 싸움이었다.

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 1위와 57위의 이날 대전을 놓고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나라는 FIFA 회원국 200개 나라 가운데 한나라도 없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과 싸운 태극전사들도 그랬다. 그날 한국 선수들이 뛴 거리는 118km로 모두가 산소탱크로 달렸음을 입증했다. 영국 매체 선스포츠는 28일자 신문 1면에 G조에 속한 잉글랜드와는 관계없는 F조 순위표를 큼지막하게 실었다. 그리고 우울할 때 보면 웃을 수 있으니 순위표를 잘라서 보관하라고 했다.

영국 못지 않게 한국 승리에 열광한 나라는 삼바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에 7:1로 대패한 참담한 기억이 있기에 <폭소 스포츠 브라질>은 트위터를 통해 아하하하를 수십번 반복해 올리며 독일을 조롱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을 두고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면서 한국의 축구 반란을 조명했다. 한 마디로 지금껏 독일에 수모를 겪은 라이벌 국가들은 신바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6강 진출은 못했지만 FIFA랭킹 57위인 한국이 1위팀인 월드컵 우승 4회에 빛나는 세계 최강을 누른 것은 집념으로 일구어낸 기적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44초 주세종은 공격에 가담한 독일 골키퍼 노이어에게 공을 빼앗아 센터링으로 넘겼다. 60미터를 날아간 공은 독일 골문 오른쪽 방향으로 5차례 튀며 25미터를 굴러가고 있었다.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은 50m를 폭풍 질주하며 후반 추가시간 5분 51초에 독일 골문 오른쪽 방향에서 공인구 텔스타 18을 틀어 차 득점에 성공했다.

월드컵의 거미손으로 톱 3에 오른 조현우와 육탄수비에 선제골을 넣은 김영권과 11명 모두 그리고 벤치에서 승리를 향한 의지로 하나가 된 팀워크의 값진 승리였다. 그동안 대표팀이 잘못할 때마다 그들에게 불평을 말했던 것이 우리의 정서였다. 이제 우리 모두 태극 전사들로부터 받은 감동을 저들 선수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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